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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C Dec 11. 2023

엄마는 앞으로 일 열심히 하셔야 해요


친한 동기는 아들만 둘이다. “언니 우리 집에 진상이 둘 있는 거 알지? 하하.” 동기는 퇴근길을 출근길처럼 심기일전해서 돌아가는데 오프 이틀 동안 아들 둘과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친구가  항공성 중이염이라는 질환 때문에 10일간 병가를 냈다. 병문안 겸 동기네 집에 갔다가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9살 아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잘 지냈어? 이쁜 이모 오랜만이지? 뭐라고? 안 이쁘다고? 여전히 정직한 어린이구나. 그나저나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좋겠네, 엄마 귀 아파서 회사 못 가잖아.


엄마랑 같이 있으니 좋겠다는 의미였는데 당황스러웠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애가 엄마 회사 가라면서 꺼억꺼억 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니에요. 엄마는 앞으로 일 열심히 하셔야 해요.


갑작스레 서럽게 우는 상황도 난처했는데 울면서 아이가 하는 말도 믿기지가 않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동기가 상황 설명을 해줬다. 지난 겨울방학 때 아이는 아빠와 함께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부터 직원 복지의 일환으로 일 년에 두 장의 비즈니스 클래스 티켓을 사용할 수 있게 됐는데, 그 경험이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아이는 엄마가 아파서 회사를 못 가고 집에 있는 상황이 내내 불안했던 것 같다. 엄마가 회사를 못 가면 지난 방학 때의 좋았던 경험을 다시는 못한다고 걱정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내 말이 아이의 감정을 폭발시킨 방아쇠가 된 것이다.


아냐 아냐 엄마 귀 금방 나아, 엄마 곧 다시 출근할 거야.


아이는 엄마의 확답을 듣고서야 눈물을 그쳤다. 방에서 놀던 아이가 다시 학원 가방을 짊어지고 현관문을 나서며 말했다.


엄마 앞으로 일 열심히 하셔야 돼요.  


아이는 몇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는데 아이가 나가고 애 엄마는 혀를 끌끌 찼다. 언니 아들은 이래, 내가 아들만 둘이야, 하아….


둘째는 5살인데 엄마가 비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엄마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엄마 또 혼자 여행 갔다 왔어? 나 화났어. 화난 감정이 혹여 잘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 어깨까지 들썩이며 씩씩거린다나 어쩐다나.


우린 애를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다. 아들은 원래 이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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