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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니C Dec 04. 2023

승무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영어공부

직업이 승무원이라고 하면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우리 회사에는 영어 잘하는 승무원들이 많다. 하지만 난 그렇게 뛰어난 편은 아니다. 난 흔히 말하는 국내파인데 유학은커녕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해본 적도 없다. 그저 대학 때 진로를 정한 뒤, 종로의 토익 학원을 다녔고 정독 도서관에서 찍찍이 카세트로 리스닝을 하거나 문제집을 풀며 혼자 공부를 했다.

영어 때문인지 취업도 여러 해 실패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실 때마다 스터디 그룹을 하나씩 더 추가해서 공부를 했다. 마흔이 넘은 지금도 매일 30분 이상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과연 몇 시간이나 영어 공부를 했는지 생각해 봤다.

한국인은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영어공부를 약 720시간가량 한다고 알려져 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외국어 한 가지를 습득하는데 총 3천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능숙하게 하려면 1만 시간 가량이 필요하고.

취업 준비할 때는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은 공부한 것 같다. 기간은 대학 후반부터 잡으면 대략 5년 정도니까 5400시간. 그러니까 영어공부 시간이 5천 시간이 넘은 다음에야 합격한 셈이다. 승무원이 된 후 매일 30분씩 영어공부를 해왔다고 하면 대략 2900시간 정도가 된다. 전부 더하면 약 8300시간 정도가 되는데 딱 공부한 만큼 그 시간예 비례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영어 공부처럼 나한테 꼭 필요하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힘든 일은 나중으로 미루기가 쉽다. 그런데 살아보니 '나중에'라는 씨앗을 땅에 심어봐야 결국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우리는 장기적인 성공을 추구하기보다는 즉각적인 만족을 주는 쉬운 일을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쉬운 선택을 하면 결국 시간이 흘러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는 게 인생인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앞뒀을 때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된다. 매일 남편과 그날 그날 할 일을 써서 주고받고 있다. 물론 그 글이란 게 대단한 건 못된다. 메모 수준이다. 그냥 오늘 할 일이 무엇이고 그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글을 끄적이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가령 미뤄뒀던 책을 읽기로 했다고 치면 '어떤 책을, 몇 시에, 어디서, 얼만큼' 읽을 것인지를 그려보고 그걸 간단히 메모해 보는 것이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영국에서 이와 비슷한 운동 습관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참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1그룹에는 운동 효과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2그룹에는 운동이 왜 필요한지 동기 부여가 될만한 설명을 했다. 마지막 3그룹에게는 '세부적인 운동 계획'을 세우도록 지시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운동을 몇 분 동안 할 것인지'를 작성하면서 머릿속에 그 과정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연구 결과, 1그룹과 2그룹은 참가자의 35~38% 사람들이 최소 주 1회 운동을 했다. 반면 3그룹은 91%의 참가자가 최소 주 1회 운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연구가 하나 더 있다.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자궁경부암 검사 예약을 하게 했다. 예약을 하겠다고 구두로만 약속한 그룹은 69%가 실행에 옮긴 반면, 실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기록한('화요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에 예약을 하겠다') 그룹은 90% 이상이 실제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쓰면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포스팅도 오늘 오전에 이걸 쓰겠다고 써 둔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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