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텐이 함유된 밀, 호밀, 보리를 먹지 않은 지 6주가 지났다. 엄격하게 글루텐을 제한한 건 아니다. 그간 주구장창 입안에 우겨넣던 밀가루 음식만 먹지 않을 뿐이지 간장, 고추장, 된장 같은 건 전에 먹던 걸 여전히 먹고 있다. 아까워서.
밀가루를 끊은 직후에는 몸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확실한 게 밀가루를 먹지 않으면서 체감했던 여러 이점들이 시간이 흘러도 계속 좋지는 않다. 지금은 그냥 그런가부다 하면서 현재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다.
그래도 최근 달라진 점 한 가지를 또 발견했다. 14시간 짜리 장거리 비행 같은 걸 하고 나면 중간중간 양치질을 해도 집에 도착했을 때는 종종 입안이 텁텁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남편도 살짝 입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했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입안이 건조해지면 그럴 수 있다길래 사막처럼 건조한 기내 환경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밀가루를 끊은 이후 입안이 텁텁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밀가루 때문인가 싶어 인간 백태나 다름없는 남편의 혓바닥을 체크했다. 남편은 양치질을 할 때마다 이를 닦는 게 아니라 칫솔로 자기 목을 찌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록 요란한 소리를 내는 사람이다. 목젖 깊숙이 칫솔을 밀어 넣고 혓바닥 백태를 닦느라 내는 괴성이다. 이럴 수가, 남편도 백태가 없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밀가루, 기름진 음식,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장에 부담을 주게 되고 이게 백태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그동안 입안에 텁텁함이 느껴지면 스케일링 받을 때가 되었구나 싶었는데 치석보다는 밀가루의 영향이 더 컸던 것 같다. 남편의 백태도 그렇고.
이로써 입냄새 덜 나는 부부로 살아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