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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May 20. 2024

공부의 번아웃이 온 00에게


00에게.


지난번 00의 고민을 듣고 한참 동안 선생님의 생각이 많아졌어. 이야기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말해줘서 고마워.


번아웃이 온 것 같다는 00의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 두 달 반 넘게 선생님이 지켜본 00의 모습에서 00이가 평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며 노력하는 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어. 그리고 생각도 많이 하는 친구라는 것도.


번아웃이 왔다는 건 그동안 네가 열심히 달려왔다는 반증이기도 해. 우선 그동안 열심히 해 온 네 스스로에게 그동안 고생했어, 수고했어하고 꼭 이야기해 주렴.


열심히 달려온 사람이 어느 순간 하는 것에 비해 성과나 결과가 잘 보이지 않고 너무 작으면 기운이 빠지기도 해. 해서 뭐 하나, 무슨 의미가 있나 하고 조금 허무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선생님도 주기적으로 그럴 때가 있었어.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먼 목표보다 작은 도착점을 생각하며 해 보았어. 그렇게 대금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열심히 연습해서 연주회에 나가겠다는 큰 목표보다 그냥 오늘 두 곡만 연습하자 하면서 하루의 작은 행동의 목표만 했어. 지금도 영어 공부를 하면서 너무 큰 목표인 시험이나 프리토킹을 하겠다는 먼 미래의 목표보다 그냥 오늘 하루 2장만 쓰고 연습해야지 하고 말이야.


목표가 너무 멀거나 크면 번아웃이 자주 오기도 해. 물론 마음의 힘이 있을 때에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지. 때론 급하게 결과를 내고 싶거나 조바심이 나도 그렇더라고. 그럴 땐 그냥 오늘의 작은 미션만 해봐. 수학 점수나 실력이 올라야 한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그냥 오늘은 문제짐 2장만 풀자, 이렇게 말이야.


번아웃은 마음속 불씨의 연료가 거의 다 탄 상태라고 해. 그만큼 열심히 태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지. 00이의 마음속 불씨가 다시 힘이 차올라 타오를 때까지 꺼지지 않게 돌봐 주는 게 꼭 필요해.


무엇보다도 네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할 것 같아. 그동안 힘들었는데도 꾹 참기만 하면서 했구나, 그동안 애쓰느라 고생했어 하면서 스스로 토닥이고 좀 쉬게 해주었으면 해. 조금 남은 불씨를 살려야 그 다음 더 큰 불로 다시 기운낼 수 있을 테니까. 그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결과에 상관없이 네가 좋아하는 것도 해 봐. 이미 00이는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야.


선생님 생각에 00이는 열심히도 하지만 자신의 마음과 상태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친구야. 이번에 현명하게 번아웃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다면 인생을 살면서 몇 번씩 찾아올 수 있는 위기를 아주 현명하게 잘 넘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멋진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 이번 기회를 나를 제대로 돌아보고 돌보는 기회로 삼아보길 바라.


두서없이 쓴 글, 00이에게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 언제든 또 이야기해 주렴.

너의 매일을 응원할게!


2024년 5월 29일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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