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찰나 3
어느 날, 모임을 가졌다. 여러 명 중 커피 주문이 잘못 됐다. 한 잔이 부족하다. “전 안 마셔도 돼요. 전 괜찮아요.” 이 정도는 정말 안 마셔도 ‘그럴 수 있지.’하며 그냥 지나갔다. 다시 생각도 안 나고 안 마시면 좋지 머 하고 넘어가는 일이었다.
나만 주요 리스트에서 빠졌다. 뭐 그럴 수 있지. 좀 기다려서 다시 하면 되지.
난 마치 되게 너그러운 사람인 냥 연연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런데 내 아이의 일에 나는 누구보다 욕심도 많고 승부욕에 짜증도 많이 사람같이 느껴지는 찰나를 경험했다.
나의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의연한 척했지만, 우리 이이가 밀린 것에 대해 속으로 화가 났다. 성인인 내가 내 일도 아닌 것에 화를 낼 수 없었다. 우리 아이는 다소 억울한 상황에도 “그랬었어?”하며 가볍게 넘어가 버린다. 그런 상황에 엄마인 어른인 나만 속상했다.
하루 지나고 나니 별 일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속상해야 하는 일이다. 내 입으로 통해 누구에게 전달하거나 글로 적으니 정말 별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난 그 찰나에 너무 속상했다.
오늘은 내 아이일엔 의연하지 못하고 화가 난 찰나.
직접 당한 아이가 괜찮다는데, 제삼자인 엄마가 무슨 상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