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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Nov 17. 2022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수령 후기

슬기로운 치과생활

 치과위생사는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며 전문직이고 취업도 잘된다. 그러나 수명이 짧고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매년 5천여 명의 치위생사가 배출되고 있지만 치과계는 늘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생각보다 치과위생사 업무는 많이 힘들다.


 환자들이 보기엔 스케일링해주는 치과 간호사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사실 치과에서 생기는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자들끼리의 텃세도 절대 만만하지 않다. 그에 비해 보수는 일반 회사보다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혹여나 더 나은 조건의 근무환경이 있는 곳으로 옮겨 다니느라 장기근속자 찾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스텝이 자주 바뀌게 되면 오너 입장에서도 불편하겠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끼리도 업무효율이 떨어진다. 진료실 업무는 전문적인 기술직이기 때문에 동료들과 함께 팀워크를 맞춰나가야만 한다. 근무 연차가 쌓일수록 업무 숙련도가 높아진다. 하지만 많은 스텝들이 숙련도를 쌓기도 전에 이직과 휴직을 반복하다 보니 업무능력 향상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일이 힘들어서, 환자가 너무 많아서,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쉬는 날이 적어서, 급여가 적어서, 복지가 형편없어서... 그만두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퇴사가 짧은 기간을 두고 계속해서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몇 번의 이직, 그리고 아르바이트 생활을 반복했다. 시간은 어느덧 흘러 내 나이 삼십 대 중반이 되었다.      

‘이제는 안정된 직장을 찾고 싶은데, 치과에 다시 취업할 수 있을까?'


 재취업을 하려니 염려되는 것이 있었다. 몇 년의 휴직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과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기들은 이미 실장이 되었거나 중간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내가 재취업하면 나의 업무역량은 어떻게 평가될지도 미지수였다. 공백기간이 긴 경력자로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치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기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소개해 줬다. 한 치과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경력도 쌓고, 목돈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말이다. 만 34살 이하 청년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내 나이 만 33살,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과거 이직이 잦았던 나 자신에게 질문했다.     

 ‘여기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한다면 어려움이 없어질까? 다른 곳에 가서 똑같은 문제를 겪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래? 그럼 또 그만두는 거야? 언제까지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문제를 회피하기만 할 거야? 지금 내 앞에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줄 알아야 성장할 수 있는 거 아냐?’  

    

 나는 신입이 된 마음으로 다시 일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또래 치과위생사보다 적은 급여는 청년내일채움공제로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용기와 희망이 생겼다.      

 2년 동안 치과 진료실에서 근무하다 보니 진료실 업무뿐만 아니라 환자 상담, 치과보험청구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치과보험청구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부한 내용은 보험청구뿐만 아니라 진료실 업무를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이전에는 업무지시받은 것 안에서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경력이 쌓이자 스스로 배우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키워나가게 되었다. 업무를 보는 시야도 넓어졌다.     

 나는 우리 치과에서 최초로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 수령자가 되었다. 성취란 목표가 아니라 과정에서 얻어지는 훈장 같은 것이라고 한다. 목돈을 마련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그 보다 더 큰 보람은 환자들로부터 받는 칭찬과 인정이었다.


 “지금까지 스케일링 많이 받아왔지만 선생님이 제일 잘하시는 것 같아요. 다음에도 꼭 선생님께서 봐주세요!”

 “선생님 덕분에 치과 진료받는 게 무섭지가 않아~ 다른 데로 이직하시면 안 돼요”     


 요즘 환자들로부터 종종 듣는 말이다. 치과위생사라는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적응하는 데 시간은 걸렸지만 지난 2년은 매우 값진 시간이었다. 이제야 나도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진료실 스텝에서 실장으로, 또는 중간관리자 역할을 욕심내도 되지 않을까?


 치과에 첫 취업하는 후배들에게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적극 추천했다. 내가 우리 치과에 입사했을 때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자가 몇 명 없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스텝들이 가입을 했다.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게 되니 힘들 때에는 서로 응원해주고 지칠 때에는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는 것 또한 기쁨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입 자격조건에서 만 34살이라는 나이 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늦은 나이에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더 많은 청년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의 혜택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덕분에 품었던 희망은 큰 결실이 되어 돌아왔다.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아니었다면 치과로 재취업할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만기 수령액은 더 큰 미래를 설계하는 데 소중하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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