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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Apr 13. 2021

라면인건가

본의 아니게 글의 초입부터 라떼 스타일이다. 내가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때 까지도 배달이나 외식이 지금처럼 일반적이지 않았다. 적어도 우리 집에선. 나의 기억이 맞다면 가격도 지금의 절반 수준에 가까웠다. 더 어렸을 때 새우깡이 오백 원이었던 것도 기억이 난... 나지 않는다.  


어른들로부터 “밥을 먹어야지, 왜 그런 걸 먹니.”라는 말을 종종 듣지만, 그런 김밥이나 빵, 햄버거가 이젠 돈 없이는 밥보다 더 접하기 어려운 메뉴가 되어 버렸다. 특별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재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스페셜’이라는 이름을 달고 6천 원도 되고, 7천 원 그 이상도 되어 버리니 말이다. 이제 여러 면에서 예전과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 건 집에서 끓여먹는 라면과 가끔 생각나는 분홍 소시지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라면은 종종 사람의 감정을 투영하는 특이한 구석을 갖고 있다. 밤이면 가장 많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 먹고 있을 때는 뺏고 싶을 만큼 탐이 나는 음식이 되었다가도, 시간 및 경제적 제약이나 기분이 우중충한 상황에서 먹게 될 때는 조금 슬픈 음식이 된다.  


하지만 어떤 쪽이 되었든 라면의 강력한 끌림은 거부할 수 없기에. 오늘도.. 라면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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