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undal Oct 24. 2021

INFP의 출퇴근길    

직장인일 때도 오로지 집과 회사만 오갈 때가 많았는데 퇴직 후 회사가 빠졌으니 집만 남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 좋아하던 산책도 뜸해졌다. 만약 분리수거나 음식물 쓰레기 배출 등의 명목이라도 없었다면 대문이 열리는 횟수는 더욱 줄었을 것이다. 음식물 처리기를 구입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점심 무렵, 초인종 소리와 남겨진 택배를 수거하기 위해 문을 열었더니 복도에서도 찬기가  느껴졌다.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기억은 뜬금없는 곳으로 튀어갔다. 겨울 출근길, 스타벅스 커피. 과거 프로 봇짐러 생활을 했던  이직이 잦았는데 그중 대학로에 위치한 회사는 비교적 오래 다닌 편이었다. 보통 편의점 음료를 먹거나 빽다방을 가기도 하고 대중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겨울이 되고  바람이 불면 스타벅스의 노란 불빛과 캐럴 그리고 토피넛 라떼가 출근길  발길을 붙잡았다. 올해는 다이어리를 받아볼  있을까 하면서 열심히 뭔가를 모으던 때도 있었지만 성공한 적은 별로 없다.  


운동이나 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음악을 들으며 걷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회사의 위치와 무관하게 퇴근    정거장 정도는 걸어 다녔다. 그런 식으로 눈에 익었던 겨울 저녁, 명동의 모습도 떠오른다. 전쟁 같던 , 퇴근길 지하철과 북적이는 시내를 활보(?)했던  모습이 이제는 흐릿해질 지경이다. 대부분 스스로  발로 걸어 나왔던 회사들, 계속 다녔다면 그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보물을 발견하게 되거나 시간이 지나 맺게 됐을 열매도 조금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산책이란 이름으로 시내를 방황하던 그때의 내게, 내가 꿈꾸던 내일은 결국 그곳에 없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기업에서 점차 재택근무 빈도를 줄여나간다는 나간다는 기사에 대충 “직장인들, 이제 출근할 수 없는 몸”이란 제목이 붙어있었다. 점심을 먹고 짧은 글을 적으며 “외톨이야, 외톨이야”를 흥얼거리는 베짱이는 그 제목에 심히 공감했다.   

작가의 이전글 동네 마트에서 설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