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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Oct 24. 2021

청개구리의 간병기<1>

병원 가는 일을 무엇보다 싫어하는 엄마는 날씨가 조금만 흐려도 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했다. 그러다 체기가 더해지면 며칠동안 앓아 누울 때도 있었는데, 병원에 가자고 하면 역시나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는 와중에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기도 했는데, 그 증세가 올 여름 정점을 찍었다. 방이 답답하다는 이유로 거실에 머물던 엄마는 한 여름에 보일러를 돌리기 시작했다. 거실을 지나 화장실, 주방으로 향하는 찰나에도 땀방울이 맺히는 기분이 들었고 이 상황이 점점 고통스러워졌다.


그나마 엄마의 두려움이 한방쪽에 덜해 한의원에도 문의를 해 보고, 나름대로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려 노력했지만 운동을 통한 혈액 순환 촉진 정도의 답변만 돌아오곤 했다. 식사도 부진해 운동이란 걸 할만한 힘이나 의지가 없던 엄마는 점점 기력이 약해졌고, 알 수 없는 증상은 더욱 심해져 갔다. 집안 어디엔가 아주 살짝 문틈이 열려 있어도 귀신같이 찾아 꽁꽁 닫아버렸고, 보일러 난방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아 난로 등 그 이상의 시설까지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엄마가 제일 힘들거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이러한 모든 일들이 여름에 벌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병원이나 검진을 거부하니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한 채 시간이 길어지자 점차 이성의 끈이 약해졌다. 그렇다고 엄마를 혼자 두고 밖을 나도는 것도 맘이 놓이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갈등이 잦아졌다. 가을이라도 되면 한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하는 고민도 깊어질 무렵 난데없이 엄마가 선언 했다. 이모가 있는 시골집에 내려가겠다고.


살면서 처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유하자면 엄마는 늘 한쪽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는 자석이었고, N과 S를 조종하며 붙었다 밀어냈다를 정하는 건 은연중에 내 쪽 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밀려나고 있었다. 곧 집안이 시원해 질 수도 있었지만, 청개구리 같은 나는 생각 끝에 엄마를 붙잡았다. 더 이상 아무 소리도 하지 않을테니 내려가지 말라고. 하지만 엄마의 의지는 결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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