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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dal Oct 24. 2021

청개구리의 간병기<2>

나의 만류를 뒤로 하고 시골로 내려간 엄마는 결론적으로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익명의 공간에서도 구구절절 풀고 싶지 않은 복잡한 내용이 있었다. 쓰린 마음으로  엄마를 내려 보냈지만,  동안은 혼자인 생활에 익숙해져야겠구나  무렵에 갑자기 벌어진 일이었다. 엄마가 이모와 함께 머무른 시간은 일주일이  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지냈을  보다 조금이나마 회복된 모습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엄마를 올려 보내야 했던 이모로부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가지 얘기를 듣게 되었다. 엄마의 상황이 좋지 않았던  사실이었지만 그곳에선 나름 식사량도 괜찮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담긴 사진도   전달받았다.


실력으로도 성의로도 내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맛’의 시옷도 가미되지 않은 나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을 것이고, 웃음보다는 어두운 표정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불편해졌을 것이다. 어쨌든 아직 온전하지 못했던 엄마는 밤낮없이 하루에 족히 스무 번은 나를 찾았지만 그런 잔심부름이라도 성의껏 하려 했다. 다행히 식사량이 점차 늘고 횟수도 규칙적으로 자리를 잡아갔지만 엄마는 이모의 음식을 종종 그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골로부터 커다란 스티로폼 상자가 택배로 도착했다. 상자에는 엄마가 자주 이야기했던 그 음식이 살얼음 낀 상태로 봉투에 가득 들어 있었고, 그 밖에 몇 개의 밑반찬과 새 옷 한 벌 그리고 이모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연습장에 남은 시간 함께 의지하며 늙어가자는 내용을 한 장 가득 적어 보낸 이모의 손 편지에 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원거리에서부터 전해진 정성 때문일까, 엄마는 다행히 점차 회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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