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잘 풀릴 거라는,
한 해의 절반이 지났다. 그 말은 곧 7월이 되었음을 말한다. 내가 일 년 열두 달 중 7월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굉장히 단순한데, 어릴 때부터 숫자 7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처음 독수리 타법으로 야후 아이디를 만들던 순간에도 아이디에 7을 세 개나 넣었다. 아주 가끔 숫자를 고를 일이 생기면 무조건 7을 골랐고, 다이어리도 7월만 유난히 예쁘게 꾸몄다. 처음으로 돌아가, 왜 7을 좋아하게 됐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나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답을 알 방법은 없다. 아마 내 생일이 7월이었거나, 7이라는 숫자가 럭키 세븐이거나, 혹은 둘 다가 아닐까.
좋은데 좋은 이유가 떠오르지 않다 보니 난감한 상황들이 생겼다. '나는 7월이 너무 좋아.' 하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무조건 반사처럼 '왜?'라고 묻는데, '음, 그냥'말고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이유 없이 좋으면 안 되는 건가? 생각하며 입을 비죽거리면서도 하나씩 하나씩 이유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실 이유를 갖다 붙였다,에 가깝다.)
7월에는 내 생일이 있다. 7은 행운의 상징이다. 내가 좋아하는 '최애'의 생일이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의 생일이 있다. July라는 단어의 생김새가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수박이 나온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 능소화가 핀다. 최근에 새로 생긴 이유는, 판다 패밀리 아이바오, 러바오, 푸바오, 루이바오, 후이바오의 생일이 있다는 것.
이유는 몰라도 어쩌다 보니 좋아하게 되었고, 이제는 습관처럼 7월을 기다리게 되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간 시점이자 하반기의 시작. 누군가 일 년의 절반을 똑 떼어가 버린 듯한 지금, 7월의 시작은 내겐 유난히 들뜨지만 그만큼 위태롭다. 변화는 두렵지만 단조로움은 지겹고,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 같다가도 작은 흔들림에 크게 휘청이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더 커진다. 7월이니까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거라고, 행운이 올 거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지만 삶이 그럴 수는 없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높이 올라간 만큼 떨어질 때는 더 아플 텐데. 아마 7월의 상흔은 내게 더 크게 남을지도 모른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유난히 마음에 박혔던 말이 있다. "네가 옳아.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정할 수 없어."라는 불안이의 대사. 그렇다. 감정은 결국 내가 될 수 없다. 때로는 높이 비상하고 때로는 저 깊은 구렁텅이에 처박히기도 하는 시간 속에서 내가 더 단단해지길 막연히 바라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