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달뜬 모습의 나를 만나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2024년 1월 1일.
평소와 똑같은 날일 뿐인데 온 세상이 요란하다. 전 세계인이 동시에 땡 하고 새해를 맞는 것도 아닌데 별 의미 있나 - 싶다가도 괜스레 의미를 담아보게 된다. 함께 종을 치고, 누군가의 복을 바라며 안부를 묻고, 떡국을 먹고,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해돋이를 보러 가고. 딱 1분 지났을 뿐인데 올해는 지난해가 되고, 새 달력을 꺼낸다. 한 해의 시작을 핑계 삼아 내게 조금의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순간,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잠시나마 넘치게 머금으려 한다.
어느덧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 나는 여전히 평소와 같다. 서른이 되었다고 갑자기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나는 꿋꿋이 만 나이를 사용할 것이다.) 단지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갈 때의 짜릿함이나, 반 오십이 되었다며 울상 짓던 철없음만이 지난해와 함께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을 뿐이다. 수많은 해를 보내주며 내가 배운 건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평소와 같이, 그러나 아주 조금 더 안온하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법.
그렇게 차츰 미지근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다 가끔 달뜬 모습의 나를 만나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다. 올해는 그런 순간이 작년보다 조금 더 자주 찾아오기를, 이불속에서 새해 첫 곡을 들으며 하늘에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