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쭌 May 01. 2023

내려와요 태권브이


성서에 "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는 구절이 있지만


조울증은  "마음을 지키는 데에 계속적으로 실패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조울증은 예컨대 로버트 태권브이 영화를 보고 신난 어린아이의 마음 상태와 비슷할 것이다.




만화영화 “태권브이를 보고 나면 누구나 다 무적의 영웅이 되어 태권브이와 자신을 동일시되어 날아다니며 적들의 로봇을  깨뜨리는 상상에 신나 하게 되겠지만, 곧이어 일상의 세계로 돌아갈 때는 바로 직전까지 꾸었던 화려한 상상을 머릿속에서 내려놓고


현재에 몰입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조울증 환자의 경우에는 경우에는  태권브이가 하늘에서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지의 힘으로 달콤한 상상력에 의해 뺏기는 에너지들을  애써 잡아채고 가두려고 해도 전혀 소용이 없다. 정말 힘을 다해 의지의 힘을 빌어 태권브이의 유혹을 몰아낸다 해도  설사 마음속의 태권브이가 물러났다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것은  마징가 제트나 그로이저가 되는 것이다. "내려와요 태권브이 이젠 그만 날을 거야" 하더라도 내려오지 않는 감미로운 상상은 머리에서 수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기력을 탈진하게 한다.




20대에 들어선 학교생활에도 마찬가지였다. 때 중간고사를 보거나 리포트를 내야 할 때에도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금세 달콤하고 황홀한 상상에  굴복한다.




공부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이제 태권브이랑 그만 놀고 두 시간밖에 안 남았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그런데 노는 게 너무 즐거우니까 한 시간이 그냥 가 버린다. 기분이 너무 근사해진다.  전능한 존재가 되어 우주와 세계를 구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모두 환호하고 방송에서 거품을 물고 중계를 한다.




. ‘시청자 여러분, 이 놀라운 광경을 보십시오. 하늘을 날아가면서 절묘한 돌려차기를 시도하여 카프 박사의 인조 로봇을 박살 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 부분을 느린 화면으로 다시 보시겠습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저련 돌려차기가 가능한 것일까요? 태권브이야 말로 무적의 왕, 놀라운 기적입니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시간이 확 지나간다.  그러면 나머지 한 시간 동안은 진짜로 열심히 공부하자고 하는데 또 상상 속의 관중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를 하고, 태권브이가 또 같이 하늘을 날자고 그래. 감미로워서 생각을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러면 정말 마지막 십 분 남겨 놓고 필사적으로 공부하려고 한다고. 그러면 온몸에서 땀이 뒤범벅되고  그러면서 간신히 간신히 공부해서 답안지는 내지만 거의 백지나 다름없는 답안이기 마련이다.

시험 보러 강의실문을 들어갈 때  누군가 옆에서 "너 어디서 목욕을 하다 왔냐?" 하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땀에 범벅이 되어 온몸이 미끌미끌해진 상태를 그는 알 수 없으리라. 나는 그때 태권브이랑 씨름하고 오느라고 빰을 흘렸어라고 말해던 것 같다.




20대에 광범위에게 지식의 셰례를 받지 못한 것이나 ,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성적과 형편없는 리포트의 질은  아마도 그런 생각의 들뜸을 통제하려고 할 때마다 매번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나의 친구들은 영준아 너는 항상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하거나


근거 없이 갑자기 드러나는 환한 웃음과 얼굴의 표정에 무슨 일이 있어 좋은 일이 있나 보네 하고 말하곤 했지만


그게 다 두뇌가 고장 나서 생긴 현상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씁쓸하다.




병원에 있거나 직장생활을 안 하는 상태라면 이런 모습들이 크게 허물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잠시잠깐 생각을 놓치는 일도 많아서 이 병은 많이 피곤한 병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각을 올바르게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정신과 약일뿐이다.


결국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스스로가 질병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즉 병식이 있어야 하는데 나의 경우는 나의 정신병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약의 도움도 순순히 받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위험한 상태에는 거의 노출이 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스스로의 힘으로 정신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은 나를 매우 무력하게도 하였고

그보다 훨씬 큰 강도로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평생에 걸친 나의 숙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