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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인터넷 경쟁

by 최정식

우주 기술의 발전은 이제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전 세계의 통신과 경제를 혁신하는 실질적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LEO)을 활용한 인터넷 서비스로, 인류의 정보 격차 해소라는 거대한 목표를 선도하며 새로운 기술 경쟁의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스타링크의 독주 속에서 아마존, 원웹, 중국의 궈왕 등 다양한 경쟁자들이 도전장을 내밀며 이 경쟁의 판도를 더욱 복잡하고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스타링크의 성과는 분명 놀랍다. 2020년 상업 서비스 시작 이후 현재까지 약 5,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지구 상공 약 550km에 위치한 위성들로, 낮은 지연 시간(20~40ms)을 제공하며 기존 정지궤도(GEO) 위성 인터넷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스타링크가 이룩한 혁신은 새로운 기술적 도전과 높은 비용이라는 숙제를 동반하고 있다. 위성의 짧은 수명과 꾸준한 발사 비용, 높은 서비스 요금은 시장 확대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스타링크가 직면한 이러한 도전 속에서 글로벌 경쟁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레이스에 참여하고 있다. 아마존의 프로젝트 카이퍼는 3,236개의 저궤도 위성을 발사하여 스타링크의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아마존은 자체 물류망과 클라우드 서비스(AWS)를 결합해 기존 인터넷 인프라와 차별화된 통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영국의 원웹은 648개의 위성을 활용해 북극과 같은 인터넷 사각지대를 겨냥하며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궈왕 프로젝트를 통해 15,000개 이상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세우며, 저소득 국가와 신흥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의 핵심은 단순히 위성 수의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주파수 스펙트럼 확보, 우주 쓰레기 문제, 서비스 가격 경쟁 등 다양한 기술적·정책적 과제가 얽혀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은 궤도가 낮아 충돌 위험이 높고, 이는 위성 간의 자율 조정 기술과 국제적 규제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더불어, 현재 스타링크의 서비스 비용은 월 120달러로,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층 이용자에게는 접근성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현실은 과연 저궤도 인터넷 서비스가 진정한 '디지털 포용'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쟁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는 분명하다. 기술 혁신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또한, 전 세계 인터넷 접근성이 확대되면 교육, 의료,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회가 극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이 기술은 단순히 지구의 한계를 넘어 달, 화성 등 우주 탐사의 기반 인프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 경쟁이 단순히 시장 점유율을 두고 벌어지는 상업적 다툼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스타링크와 그 경쟁자들이 보여주는 기술적 진보는 인류가 보다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글로벌 규제와 협력을 통해 각국과 기업이 지속 가능성을 담보로 혁신을 이루어야만 이 경쟁의 열매는 진정으로 인류 전체의 몫이 될 수 있다. 우주 인터넷의 경쟁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 끝은 단순한 기술력의 우위를 넘어, 누가 가장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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