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을 보고
운전대를 잡고 오는 출근길 내내 난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 소만 되새김질을 하나 했더니. 어제저녁에 다녀온 연극의 이미지가 줄곧 내 안에서 올라온다. 따뜻한 울림을 가지고. 소극장에서의 그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별 기대는 없이 갔었는데. 웬 떡이야! 하는 뜻밖의 진한 감동이었다.
30대의 4명의 연기자들의 열기가 확확 객석을 달궈버렸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참 배우들의 대단한 열정과 연기에 빠져들다 보니, 어느덧 탄탄한 극의 흐름에 잠겨서 내 눈가도 촉촉해진다.
조립식 가족이란 게 뭔지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았었는데, 고아들이 성장해서 시설에서 나온 뒤에 살아가는 얘기였다. 그들은 고아원 시절이나 지금이나 조립식 가족으로 살아간다. 쩝쩝! 뭐라 할 말 없으니 참, 참, 참이다.
다들 살아가는 인생은 뭐라 정의하긴 힘들다. 시설에서 나온 뒤에도 여전히 소속감도 없고, 애정에 굶주린 채 사회의 거대한 물결에 편승하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팍팍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내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간다면 그들은 발 디딜 곳도 없는 절박함이었다. 90분 간의 감동의 막이 내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그칠 줄 모른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감상평으론 이 극의 옥에 티는 어느 관객의 평이었다. 극이 끝나고 나오면서 "욕만 안 했으면 참 좋았다고." 이 극은 누군가의 취향에 맞춰 그려진 게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어느 사회계층의 현상을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온실의 삶이 아니다, 거친 욕설만큼이나 바로 그들의 거친 삶이었으니까.
어느 누구도 개새끼를 밥 먹듯이 내뱉으며 개새끼처럼 살려고 이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