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

<핑!>, 아니 카스티요

by 정예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을 초록창에 검색해보았다. 드라마 <여신강림>의 명대사가 나온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할 확률은 야구로 치면 퍼펙트 게임만큼 어려운 일"


갑자기 썸남이 생긴 것도 아니고, 결혼 9년 차 아줌마가 왜 이런 문구를 검색하고 있는지 의아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책 <핑!>을 읽고 문득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여러분, 이 세상에서 우리는 '핑'만 할 수 있어요."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가 '핑'을 하면 상대방이 '퐁'을 하는데 '퐁'은 오직 친구의 몫이란다. 우리는 다만 다양한 방법으로 용기 있게 '핑'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핑'을 했을 때 상대방이 내 마음에 드는 '퐁'을 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초록창에 핑퐁을 검색해봐도 원하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차선책으로 적어본 게 바로 좋아할 확률이었다.



Pinterest @송채민


찾아볼 필요도 없이 확률이 얼마나 낮을것인지 잘 알지만... 괜스레 궁금했다. 어쩌면 이 마음도 '핑'일지 모르겠다. 특별한 '퐁'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본인이 하는 일이 얼마나 한심하지 혹은 가치로운지 따위를 따지지 않고 그저 자유롭게 '한다'. 다음에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그냥 '내버려 둔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온 마음으로 핑을 했다면 숨을 크게 쉬고,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요.



Pinterest @KimTurpeinen



최근 세게 날린 '핑'이 떠올랐다. 평소 같았으면 그렇게 과격하게 굴지 않았을 것이다. 쌓이고 쌓인 울분이었으리라. 어찌 되었건 공은 상대방에게 넘어갔다. 되돌아온 '퐁'은 더욱 거칠고 사나웠다. 처음엔 어이가 없고 그 자리에 있을만한 사람인지 자질이 의심스러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성급했던 나를 한바탕 자책하기 바빴다.




퐁이 무엇이든 다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지금, 그림책에서 만난 이 말에 참으로 공감하고 있다. 나에게 상처가 되었던 '퐁' 또한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더 이상 원망도 자책도 없다. 그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일이란 것을 이제는 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 몫이 아닌 것을 억지로 탐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핑'을 할 뿐이고 그도 그가 원하는 '퐁'을 할 뿐이다.


원하던 퐁이 아니더라도, 혹은 퐁이 아주 늦게 오더라도, 어쩌면 아예 오지 않더라도! 멋대로 오해하거나 상처받지 않기로 하자. 우리는 그저 진심을 다해 '핑'을 실천할 뿐이다. 다정하게, 현명하게, 용기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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