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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픈H Aug 12. 2020

슬픈H의 감성매매일지 (8월 11일)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요새 기분이 좋다. 찍은 종목마다 오르니 더 바랄 게 없다. 어제는 바이오니아, 오늘은 에이스테크로 큰 수익을 냈다. 모두 미리 매수해둔 종목이다. 절반 정도는 얻어걸린 거지만, 운도 실력이다. 이 정도면 리딩방 부럽지 않다. 

에이스테크는 엊그제 상한가 직전에 올라탔다. 관심 있게 지켜보던 5G 관련주다. 요즘처럼 돈이 넘쳐나는 순환매 장세에선 한번 걸리면 끝도 없이 오른다. LG화학처럼 말이다. 상한가 직전 들어간 건 아슬아슬하게 막차를 탄 것과 같다.

내 예상이 맞았다. 에이스테크가 전고점을 뚫고 계속 올라간다. 여차하면 상한가도 달성할 기세다. 그래도 수익률 10%에서 절반 매도했다. 요새 매매 스타일을 바꿨다. 딴 돈의 반만 가져간다. 이렇게 하면 크게 먹지는 못해도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다. 매일 점심 탕수육 값을 벌어야 하는 심약 개미에게 어울리는 매매법이다.

이 매매법에 한 가지 룰을 더했다. 더 오를 것 같으면 추매하되 방금 매도한 것보다 적은 금액으로 하고, 목표치를 채우면 절반을 파는 거다. 마침 에이스테크가 더 간다. 바로 추매. 평단이 올랐는데도 다시 수익률 10%를 찍었다. 절반 매도. 진짜 상한가까지 갈까? 혹시 몰라서 한 번 더 추매했다. 욕심이 과했다. 흐르기 시작한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3% 언저리에서 모두 손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제 바이오니아도 이런 식으로 수익을 냈다. 한데 오늘은 진단키트주 전체가 엉망이다. 전날 수젠텍의 실적 발표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 공시가 뜨자 수젠텍은 전일 시외 하한가를 찍었다. 그러자 다른 진단키트주도 함꼐 폭락했다. 사람들이 공포에 던진 거다. 사실 나도 시외에 던지려고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떨궈 팔지 못했다. 오늘 내내 피곤했던 건 바이오니아와 씨젠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진단키트주 전체가 시초부터 폭포수처럼 흐른다. 평단이 높았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계좌가 녹을 뻔했다. 일단 절반 매도하고 추이를 살폈다. 다시 올리는 듯하더니 훅 떨군다. 특히 바이오니아가 심각하다. 경고 딱지가 붙어서 그런 듯하다.

씨젠이 그나마 적게 떨구는 편이지만, 안 좋은 건 매한가지다. 언론에서 진단키트주의 하락에 주목한 기사를 쏟아낸다. 외인과 기관이 며칠째 던지는 것도 그렇고, 폭락의 조짐이 보인다.

그래서 종가에 추매했다. 이른바 셀반꿀 기법이다. 개미들의 생각을 한 단계 뛰어넘어야 한다. 랩지노믹스와 EDGC, 씨젠이 시외 상으로 마감한 걸 보고 안심했다. 한데 집에 돌아오니 실시간 검색어 1위가 러시아 백신이다. 러시아산이라 믿음이 안 가지만, 주가는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 오늘도 푹 자긴 글렀다.

시외에 하림과 쌍용차를 조금 샀다. 어제 저녁 뉴스에서 소들이 지붕에 올라가 있는 걸 봤다. 홍수 때문에 축사가 망가진 거다. 사태가 심각하다. 소 돼지 값이 비싸질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닭고기다. 마침 15일은 말복이다. 하림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삼계탕 한 그릇 때려야겠다.

쌍용차는 매각 이슈가 있다. 미국 자동차 유통사 HAAH가 쌍용차를 시찰했다고 한다. 안 살 거면 왜 한국까지 왔겠나? 무엇보다 전 직장 선배 Y가 추천했다. 그는 바이오니아가 바닥일 때부터 매집했던 숨은 고수다. Y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여자친구 J가 갑자기 주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내가 씨젠 이야기를 할 때만 눈이 반짝인다고 말했다. 모두 내 탓이다. 주식은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거라고 했지만, 그녀의 결심엔 흔들림이 없다. 그녀는 쫄보인 나와 달리 통이 크다. 그래서 더 걱정이다.

결국 소액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녀를 지옥행 급행열차에 태운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어쩌겠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왕 할 거면 최대한 재밌게 해야겠다. 어디 같이 한번 죽어보자, 불구덩이 파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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