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프릳츠의 힘
계구우후의 코리아 크리에이션 첫 번째 스토리로 브랜드 프릳츠를 꼽았다. 그 이유는 최근에 유튜브 MoTV에서 접한 프릳츠 대표님의 신념과 이를 표현해내는 방식이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대표님은 프릳츠의 브랜딩에 대해 묻는 인터뷰에서 늘 "사실 당시 브랜딩이 뭔지 몰랐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답하신다.
원대한 꿈과 함께 시작되었을 것만 같던 프릳츠의 실체는 '그들만의 무언가'를 듣고 싶었던 나에게 마치 탄산 빠진 사이다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정해둔 브랜딩이라는 형식에 끼워 맞춘 답변이 아닌 솔직하고 신념 있는 답변에서 대표님의 자신감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렇다면 사람들을 궁금하게 만드는 프릳츠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오늘은 이를 중점으로 그 첫 번째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한다.
프릳츠의 브랜딩 요소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시각적 디자인이다. 개화기 시절과 70, 80년대 동서양 느낌이 공존하는 한국적 빈티지. 포틀랜드의 어떤 느낌, 런던의 어떤 느낌이 아닌 한국적 정서를 표현하고 싶으셨다던 대표님의 의도가 잘 담겨 있다. 로고뿐만 아니라 제품 패키징, 굿즈 아이템들에서도 전통화 기법, 한국적 색채나 문화 요소들을 믹스 매칭해 프릳츠만의 표현법을 구축한다.
한국적인 것은 대단히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면이 있거든요. 한국적인 것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하고 유니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브랜딩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죠.
퍼블리 <스타트업, 브랜딩으로 살아남다> 중
이는 유니크한 디자인이라는 형식을 활용해 결과적으로 그들의 상품 콘텐츠로 눈길을 이끄는 프릳츠의 현명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프릳츠의 디자인은 크게 관심 없었던 원두를 사고 싶게 만든다거나 커피를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현재 프릳츠 매장은 1호 도화점, 2호 원서점, 3호 양재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매장 입지 요건을 고려할 때 대표님은 주변 상권보다 커피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부동산적 안정성과 한국적 공간과 주변 동네의 어우러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셨다고 한다. 이에 매장 건물 외관은 한옥의 틀을 그대로 살려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고 내부 인테리어는 바리스타와 공존하는 동선 구조와 다양한 소품을 기반으로 복고풍 분위기를 구현해낸다.
과거 프릳츠 1호점 매장에 방문했을 때, 마치 힙한 시골 찻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소 의아한 표현일 수 있지만 왠지 모를 친근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에 편안함을 느꼈더랬다. 이렇듯 프릳츠는 매장 공간을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형성하고 기업 이미지를 브랜딩 한다.
코리안 빈티지와 고풍스러운 복고풍 매장 공간에 더해 프릳츠가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다. 일종의 커피 붐이 번지면서 이제는 원두의 대량 생산이나 식감을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장인적 생산을 중시하는 제3의 물결 커피(Third-wave coffee) 현상이 번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지난 25년간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1%에서 20%로 확장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리, 기후, 생산지 등의 특별한 환경에서 자란 커피 중 '미국 스페셜티 커피 협회(SCAA)'의 평가를 거쳐 기준점수 80점 이상을 받은 우수한 등급의 커피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로는 미국의 스텀프타운(Stumptown)과 블루보틀(Blue Bottle), 인텔리젠시아(Intelligentsia)가 있다. 그리고 한국에는 대표적으로 보헤미안 커피(Bohemian Coffee)와 커피 리브레(Coffee Libre)가 있다. 그에 이은 프릳츠 역시 자체 시그니처 블렌드 라인업을 생산하며 한국적인 커피 맛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라다빵, 단팥빵 등을 활용한 한국식 디저트를 개발하기도 한다. 이렇듯 프릳츠는 장인적인 한국식 커피 문화 생산으로 커피를 미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세계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커피 생산 국가와 소비 국가 간의 빈부격차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이슈 사항이다. 저개발국에게 불합리한 구조를 기초로 하고 있기에 이를 탈피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에 프릳츠는 커피 산지의 농장과 직거래하는 다이렉트 트레이드(Direct trade) 방식을 취한다.
말이야 쉽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과 의지를 필요로 한다고 한다. 원재료를 다루는 방식에서부터 보관하는 법, 로스팅 작업법, 추출 방식, 날씨, 물 등 여러 변수 사항을 체크하면서 커피의 맛과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은 결코 단순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공정하고 건강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프릳츠의 모습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한다.
"처음엔 공정무역이라는 단어에 매료됐어요. 다만 그때는 제가 생산자들을 돕는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누가 누굴 돕는다는 식의 시각을 완전히 거뒀어요. 농부들도 우리와 가깝다고 해서 좋은 생두를 무료로 주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지불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농부들도 자본주의 토대 위에서 경제 활동을 해나가거든요. 농부들도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삶을 영위하는 거죠. 물론 맨 처음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맺은 농장의 따님이 내년이면 성년식을 맞는데, 그녀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다면 기쁩니다."
29cm <브랜드 가이드 프릳츠 편> 중
프릳츠는 일하는 방식과 직업인 교육을 통한 내부 브랜딩으로도 유명하다. 소위 동기부여가 잘 된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불리며, 자발적 생산성과 그의 합으로 생성되는 안정감으로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나아가 구성원들이 서로의 역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 더 나은 기술을 위한 노력이 더해진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러한 공동체적 흐름이 더욱 활발해져 한국 사람들이 삶을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영위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나다워질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하나의 잣대로 재단받지 않는 건강한 한국 사회를 꿈꾼다. 이에 나는 프릳츠의 행보를 더욱 응원하게 된다.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은 '정어리 떼'다. 정어리는 물고기 어(魚) 변에 약할 약(弱) 자를 붙여 표현할 정도로 한 마리 뿐일 때는 한 없이 나약한 물고기다. 그래서 그 무력함을 보완하기 위해 떼를 지어 몰려다닌다. 그러다 대형 물고기에게 습격을 당하면, 정어리 떼는 그 자체로 마치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양 집단을 유지한 채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습격을 피한다. 한 마리, 한 마리는 각각 독립된 개별 존재이고, 무리를 통솔하는 리더가 따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은 무리 안에서 통일된 행동을 취하며 집단을 유지한다. 이것이야말로 앞으로의 비즈니스가 단위별로 갖춰야 할 모습이 아닐까.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 자본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