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럽다.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최대한 침착을 유지하려고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도망치고 시간은 나를 잡기 위해 쫓아온다. (사실 시간은 그저 제 갈 길을 가고 있을 뿐인데 나는 늘 시간에 쫓긴다고 생각했다.)나는 도망친다. 시간이 나를 쫓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려 애쓴다. 중요한 일을 잊으려 애쓴다. 내가 없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시간은 째깍째깍 쉬지 않고 걸어온다. 멀었던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마침내, 시간이 나를 지나쳐 간다.
사실 나는 내가 어떤 일이든 중간 정도는 해낼 것을 안다. 못할 일이었다면 손은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 그러니까 - 시간은 관심도 없을 추격전을 상상하면서 혼자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애초에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한 걱정은 대체로 실제로 발생하는 사고보다 몸집이 크다. 말 그대로 기우였다. 하지만 그 모두를 알면서도 나는 걱정했고, 불안해했다.
왜?
아무 의심 없이 이어오던 걱정 사이로 물음표가 끼어들었다. 왜? 그러게…나는 왜 쓸데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불안해하고, 긴장하는 걸까. 어느 정도는 타고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모든 걱정, 불안, 긴장을 처음부터 끌어안고 살았던가,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몇 년 전의 나는 일상을 외면할 만큼 긴장 상태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아무 의심 없이 이어온 게 문제였을까. 결점을 인정할 필요는 있지만, 인정을 마침표로 받아들여선 안 됐다. 그럼 어떤 방법을 취하는 게 좋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이 몰려올 때 긴장을 뒤덮은 걱정과 불안을 한 꺼풀 걷어내고 내가 보지 못했던 기대와 설렘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런 식으로 잘 풀릴 수 있지 않을까. 이건 좋지 않을까. 그리고 속으로 긴장된다 - 는 말을 기대된다 - 로 고쳐 되뇌어본다. 그러면 마음이 아주 조금, 새끼손톱만큼 가벼워진다. 그러고 나서도 이야기로 회피하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