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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락 Feb 19. 2023

48시간째 깨어있는 중입니다.

간병 일지

48시간째 깨어있는 중이다. 정신이 몽롱하고 간간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자고 싶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다. 주도적으로 하루를 살아가기엔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할아버지께서 옆자리에 들어오시면서 나의 루틴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치매 증상이 있는 할아버지는 밤만 되면 침상 난간을 흔들고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신다. 

그 소리가 마치 천둥과 같아서 병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틀째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보호자는 간병사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간병사를 바꿔버렸다. 새로 온 간병사는 무조건 할아버지가 잘 지낸다고 이야기를 했고 보호자는 그럼 문제없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잘 지내지 못하는데 그 보호자는 자신의 아버지만 잘 지내면 되는 건가 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오빠는 밥을 먹다가 손을 떨고 이불에 전에 없던 실수를 했다. 감기 증상이 있던 나는 두 배로 증상이 심해졌다. 간호사실에 이야기를 하니 며칠 더 지켜보자고 하는데 만약 그들이 상황 속에 있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잠을 못 자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목덜미가 뻣뻣해진 느낌이다. 눈도 아프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도 끼치게 되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밤마다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이 할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병의 증상 때문인데 이는 할아버지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할아버지도 그 일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젊었을 때의 총기와 건강한 몸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에게도 나와 같이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시간이 흐르면 할아버지처럼 노인이 될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라도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오늘 밤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을 못 자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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