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일지
48시간째 깨어있는 중이다. 정신이 몽롱하고 간간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자고 싶다.
병원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다. 주도적으로 하루를 살아가기엔 타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할아버지께서 옆자리에 들어오시면서 나의 루틴은 완전히 깨져버렸다.
치매 증상이 있는 할아버지는 밤만 되면 침상 난간을 흔들고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하신다.
그 소리가 마치 천둥과 같아서 병실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틀째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할아버지의 보호자는 간병사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간병사를 바꿔버렸다. 새로 온 간병사는 무조건 할아버지가 잘 지낸다고 이야기를 했고 보호자는 그럼 문제없다는 듯이 전화를 끊었다. 우리는 잘 지내지 못하는데 그 보호자는 자신의 아버지만 잘 지내면 되는 건가 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오빠는 밥을 먹다가 손을 떨고 이불에 전에 없던 실수를 했다. 감기 증상이 있던 나는 두 배로 증상이 심해졌다. 간호사실에 이야기를 하니 며칠 더 지켜보자고 하는데 만약 그들이 상황 속에 있다면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잠을 못 자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목덜미가 뻣뻣해진 느낌이다. 눈도 아프다.
이번 일을 계기로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어도 끼치게 되는 일에 대해서 말이다. 밤마다 할아버지의 말과 행동 때문에 잠을 못 자서 힘들어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것이 할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어떤 병의 증상 때문인데 이는 할아버지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인 것이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을 매일 맞닥뜨려야 하는 할아버지도 그 일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이다.
늙어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젊었을 때의 총기와 건강한 몸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할아버지에게도 나와 같이 젊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시간이 흐르면 할아버지처럼 노인이 될 것이다. 그 사실 때문에라도 나는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할아버지께서 오늘 밤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잠을 못 자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