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느림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럼에도 Feb 01. 2024

새해 = 의욕 없음 + 무기력

 되는 데로 살고 있는 중입니다.
 계획하지 않고,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유일하게 부지런했던 1월을 보내지 않고, 올해는 게으르게 살고 있습니다.


 2024년을 어떻게 지내고 있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을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1월이므로 5시에 알람에 눈을 뜨고, 커피 두 잔을 원샷하는 모습으로 시작하는 나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하기 싫어'병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욕심도 불만도 없고,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만 살고 있다. 문득,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기도 하고, 운동을 해볼까 하면서 상담만 받아보았다.


 피아노 학원 재접수를 미루고 있고, 색연필로 낙서하고 그림 따라 하던 소소한 낭만도 사라졌다. 요새, 부쩍 어떤 의욕도 없다. 특별히 나쁜 하루도, 특별히 낭만적인 하루도 없다.


 유일하게 이어 오고 있는 것은 '유튜브 중독'습관뿐이었다. 재미가 있는 건지, 불안한 마음에서인지, 습관으로 굳어진 것인지 나는 끊임없이 영상을 본다. 그러다 중요한 일정을 놓칠 뻔하기도 했다.


 소소하게, 심각하게 발전하는 영상 중독자로 살고 있다. 


 오랜만에 서점을 갔다. 중국어책 중 한 책의 저자 이름이 익숙했다. 흔하지 않은 그 이름의 저자 약력을 보니, 고등학교 동창이 맞는 것 같았다. 


 중,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지만 나와 녀석은 둘 다 내향인이었다.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었다. 다른 학교, 같은 과정을 전공했지만 나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다.


 나는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생계형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면 녀석은 중문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어학 교재 시리즈의 저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바쁘게 열심히 잘 살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면서 한 권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기본적인 중국어도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상태였다. 녀석의 책을 보면서, '하기 싫어 병'이 잠시 약해지는 느낌이었다.


 녀석과 정반대로 비교하는 내 모습이 보였지만 각자 다른 인생이니까. 당장 쓸 일도 없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작할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책이 주는 선물은 새로움이다. 그렇게 새해 첫 번째로 구매한 책이 '하기 싫어 병' 퇴치의 시작이 되고 있다. 다른 길을 살고 있지만 되살리고 싶은 중국어였다. 


노력하는 내 모습을 나도 보고 싶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을 보다가, 나를 보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