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가볼 만한 곳
최근 부산에서 인접한 도시 김해로 떠난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었다. 매번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마다 그 도시의 독특한 리듬과 흐름을 느끼고자 하는데, 김해 역시 그 기대를 품고 찾게 된 도시이기도 했다.
김해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도시 공간으로 그저 한적한 소도시가 아닌 신라와 가야의 문화가 숨 쉬는 곳이자, 고즈넉한 한옥과 현대적인 건물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들, 무엇보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김해평야와 낙동강을 따라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이 도시에서의 여정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글은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을 즐기는 것을 넘어, 도시 곳곳의 공간이 품은 이야기와 이를 통해 도시를 이해하고, 그 속에 깃든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찾은 김해의 매력을 나누고자 한다.
김해 수로왕릉
비 내리는 오전에 찾은 김해 수로왕릉은 적막한 분위기 아래 촉촉이 젖은 돌담과 고즈넉한 정원은 시간을 거슬러 가는 느낌을 준다. 가락국(금관가야)의 시조이자 김해 김 씨의 시조인 수로왕(재위 42 - 199)의 무덤 납릉(納陵)이라고도 불리는 무덤은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다. 웅장한 스케일과 안정감 있는 배치, 군더더기 없이 단아한 건물이 인상적인 수로왕릉은 고풍스러움을 보이는데 빗소리가 귓가에 맴돌 때, 고요한 왕릉의 분위기는 몰입감을 더한다. 고대 가야국의 건축 양식을 따르는 수로왕릉은 주로 돌로 구성된 묘역과 돌담이 특징이다.
묘역은 정교하게 쌓아 올린 돌무더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당시 건축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요소이자 주변의 다양한 고대 유적들이 함께 위치해 가야국의 문화와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장소이다. 원형 토분 외에 담장 아래 줄기를 뻗는 능소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수로왕릉은 비에 젖은 나무와 돌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비가 내린 게 옳았던 걸까? 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자연의 냄새와 작게 들리는 새소리는 수로왕릉을 더 신비롭게 감상하게 만들고 그 감상에 젖는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 영업시간
3, 10월: 08:00 - 18:00
4 - 9월: 08:00 - 20:00
11월 - 2월 09:00 - 18:00
- 입장료 무료
- 대성동박물관 주차장 이용
국립김해박물관
최근 리모델링으로 재개관한 한국 전통 건축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건립당시 주목받은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해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지어졌다. 건물 외벽 윗부분을 강판으로 처리해 '철의 왕국 - 가야'의 이미지를 한껏 강조한 외관과 깔끔한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룬다.
자연 채광을 최대한 활용한 실내 공간은 관람객들에게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면서 보편적인 전시 관람 동선을 따르게 하지만 테마별 공간은 자유동선을 취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전시를 관람하게끔 유도한다.
가야의 역사는 다른 고대 국가들에 비해 역사 기록으로 잘 남아 있지 않아 가야의 실체는 대부분 발굴조사 등의 고고학적 방법으로 찾아진 것들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점에서 다른 국립박물관들과 달리 고고학 중심의 전문 박물관으로 특성화되어 있으며 전시품 역시 화려환 유물보단 토속적이고 민중 친화적인 유물을 접할 수 있는 것이 또 다른 재미를 더한다.
- 영업시간
09:00 - 18:00(매주 월요일 정규 휴관)
- 입장료 무료
- 내부 주차장 이용
클레이아크 미술관
기와는 흙을 구워 만든 도자의 일종이다. 벽돌과 욕조, 세면대 등이 모두 도자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건축 재료로 사용되면서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건축의 재료로 사용되는 도자를 통틀어 건축도자라 부르는데,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이 바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다.
미술관 초입에 들어서면 5000장의 사각형 타일로 외벽이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 외벽 타일은 도예가이자 이 미술관의 관장을 맡았던 신상호 작가의 ‘구운 그림(Fried Painting)’이라는 작품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색동과 원시미술의 색감을 모티브로 작업한 타일들을 1250도의 고온에서 4~5번 구워내어 시간이 흘러도 색의 변함이 없다. 타일을 구성하고 있는 도안은 모두 다른 색으로 조합되어 있고, 조금씩 다른 패턴을 갖는다. 사선방향으로 나뉘는 면 분할은 클레이아크 미술관의 이념과 비전을 상징한다.
돔 하우스 뒤편으로 보이는 클레이타워 외벽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건축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다. 슬라이드 형식으로 외벽에 끼울 수 있게 제작된 이 타일은 건물의 유지·보수 측면에서도 외벽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필요시 타일 교체도 가능해 의도에 따라 전시 내용을 바꿀 수 있으니 도자 타일의 위치와 구성을 조금씩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는 미술관’이라는 별칭이 있다.
미술관이 들어선 자리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조용한 시골 풍경이고, 도예촌이 위치한 송정 공원은 평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지루한 느낌이 다분한 장소이지만, 주변의 소나무 숲과 곳곳에 대나무 군락지가 자라고 있어 지형과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며 도예촌의 특색을 살렸다. 건물의 조형적 형태는 도자기 제작 과정을 닮았다.
도자전시관의 원은 물레 위에 올려진 도자기의 형태이기도 하지만, 주변 도시의 흐름과 자연 녹지의 결정점에 위치할 수 있는 건축물의 적적한 형태로서 구성되었다. 또한 외벽 역시 도예가의 실험적인 건축 도자 작품인 타일 외장으로 마감되었다. 도자 전시관의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은 문, 광장, 회랑, 중정, 상징 공간, 브리지, 등 다양한 공간이 열리고 닫히면서 연출되는데, 이러한 공간 연출은 수비, 토련, 성형, 조각, 초벌구이, 시유, 재벌구이로 이어지는 도자기 제작과정을 건축적으로 해석했다. 이러한 다양한 공간은 관람자들이 자연스럽게 체험 과정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이끌면서 하나의 '도자이 제작 체험의 장'을 경험하게 된다.
미술관 내부로 진입하면 원형의 천장을 가진 아트리움에 나선형 계단을 타고 상층으로 이어지는데, 관람객은 한 걸음씩 계단을 오를 때마다 전시장이 점점 팽창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중앙 홀을 덮고 있는 유리 돔은 아치로 이루어진 강철 프레이밍과 투명한 유리의 만남으로 자연의 채광을 받아들이며 내외부의 소통을 이끈다.
도자와 건축 분야의 상호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인 미술관은 대중들의 삶이 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게 대중과 미술의 중계자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전시공간인 돔하우스와 큐빅하우스에서는 현재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팝아트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헬로! 팝아트> 전시되고 있다. 팝아트, 개념미술, 그래피티 아티스트까지 약 작품 150여 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만나볼 수 있다.
- 영업시간
10:00 - 18:00(매주 월요일 정기 휴관)
- 이용시설에 따라 입장료 구분
- 문의) 055.340.7000
낙동강 레일파크(낙동강 레일바이크, 와인동굴)
과거 물류와 사람들의 이동을 위한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철길은 시간이 흐르며 그 역할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폐선의 길을 밟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방치된 철길은 지역 특성에 따라 기존 철로를 활용해 관광체험 시설을 만들거나 주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조성하는 등 폐철도의 '변신'이 이루어진다.
낙동강 레일파크 역시 삼랑진에서 김해로 가는 경전선이 직선화되고 그대로 남겨진 낙동강철교를 재활용하여 김해의 역사와 철도의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왕복 3km 구간을 달리며 바닥에서 부딪히는 자갈의 굉음과 함께 낙동강 철교 위에서 넓게 굽이치는 낙동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도심 속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경전선이 운영될 때 열차가 지나던 터널이 있었다. 지역 사람들은 흔히 모정굴이라고 불렀다는데, 인근에 모정마을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공식 이름은 생림터널로, 경전선이 폐선되자 생림터널도 문을 닫게 된다.
10년 동안 가까이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터널은 레일파크의 개장과 함께 와인동굴로 탈바꿈한다. 다소 의외일 수 있지만 김해의 특산물이 산딸기인 점에서 착안해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되었다고 하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영업시간
매일 09:30 - 18:00
- 레일바이크 2인: 15,000원 / 3인 19,000원 / 4인 23,000원
와인동굴: 어른 2,000원 / 청소년 1,500원 / 어린이 1,000원
- 자체 주차장 이용
- 문의) 055.333.8359
글, 사진 | yoonzakka
본 게시물은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기자단 다님 8기 활동으로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