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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nzakka Apr 03. 2024

[큐레이션] 근대 부산의 흔적, 적산가옥을 찾아

부산 구)백제병원, 오초량, 문화공감수정, 초량1941



적산(敵産)이란 본래 ‘자기 나라의 영토나 점령지 안에 있는 적국의 재산 또는 적국인의 재산’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해방 후 일본인들이 물러간 뒤 그들이 남겨놓고 간 기업, 토기 그리고 투개을 비롯한 각종 부동산과 동산류를 적산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중 적산 가옥은 이들 가운데 일본인이 소유했던 주택을 지칭합니다.





부산의 적산 가옥들은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광복동, 동광동, 부평동, 신창동, 보수동 등의 지역에 퍼져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많은 흐른 후 오늘날 남아 있는 대부분의 적산 가옥들은 지붕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수리되어 원형을 많이 잃었고, 지붕을 보고 그 형태만을 알 수 있는정도가 대부분이다. 그 가운데 주택만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도 과거의 건물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것으로 동래 별장, 정란각, 수정동 일본 가옥 등이 남아 있으며, 이들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일제 강점기의 건축 양식을 아는데 좋은 자료이다.


이번 큐레이션은 이 중 일부인 부산 최초의 개인 종합 병원 백제병원을 비롯하여, 초량동, 수정동 일대에 남아 있는 적산 가옥을 소개한다. 역사적 시간에 비해 일본식 건축물은 거의 대부분 너무나 빠르게 자취를 감추었고, 전국에서 일본인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부산임에도 불구하고, 적산 가옥은 근대화와 한국 전쟁 및 급격한 산업변화 과정에 도시 계획을 통해 역사의 뒤안길로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이를 통해 근대 부산의 흔적, 적산가옥을 통해 아픈 역사의 그늘과 애절함 그리고 역사를 지켜낸 시간의 진본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부산 최초의 개인 종합 병원 백제병원



길이 1.5km 남짓한 골목 ‘초량 이바구길’은 남선창고 옛터, 초량교회 등 이야깃거리가 넘쳐나는 부산 원도심 골목 중 하나다. 부산역 앞 접근성과 부산의 근대부터 한국전쟁 이후의 삶까지 근현대사의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골목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건물이 있다. 바로 ‘구) 백제병원’이다. 골목 초입을 지나 쉽게 보이는 적벽돌 외관의 건물은 한눈에 봐도 오래된 흔적이 엿보인다. 금방이라도 무너질듯한 형태와 칙칙하게 검붉게 변해버린 재료는 주변 건물과는 대조를 이루며 곳곳에 발견되는 훼손된 흔적들에서 긴 세월동안 수 많은 이야기들이 거쳐갔음을 증명한다.








지난 100년의 기억을 품은 주택



오초량의 이름은 풀밭에 난 오솔길을 뜻하는 지명 ‘초량(草粱)’ 앞에 감탄사 ‘오!’를 붙인 작명이다. 이름처럼 오초량은 초량을 떼고 생각할 수 없다. 부산역에서부터 텍사스거리, 차이나타운. 백제병원, 초량시장, 정란각, 산복도로까지 이어지는 부산 원도심과 근대문화 루트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다. 근대에서 현대까지 격변의 시대를 겪으며 부산은 개항을 통해 다른 문화를 접촉하고 섞이며 변화하고 새로움을 생성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지난 집이 이곳이다.








아픔의 역사에서 치유의 공간으로



정란각은 일본식 가옥으로 원래는 두 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소유권이 분리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한 채만 보존되었고 그 흔적을 뚜렷하게 나타내는 건 바로 입구 왼편에 있는 반쪽짜리 작은 연못이다. 조경석을 사용한 일본식 정원 조성방식과 조경수를 심은 모습 등은 일본의 전통 건축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기둥과 초석, 서까래, 정밀하게 가공한 이층 난간과 창호 등은 당시의 일반적인 일본식 주택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특징들을 보이고 있다. 오초량에서 봤던 정교한 디테일과 장식 특징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데 오초량의 최초 건물주인 다나카 히데요시의 손길이 이곳 정란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국내에 현존하는 일본식 건축물 중에서 규모와 외장, 공간 구성이 탁월해 수작(秀作)으로 평가받고 있다.








초량 산복도로 아래 위치한 카페



‘풀 초草’, ‘들 량梁’ 자를 쓰는 지역명에서 영감을 받아 풀이 많은 들판에 뛰노는 동물들을 상상해 이를 토대로 우유 카페라는 콘셉트로 운영되는 ‘초량 1941’은 말차 우유, 홍차 우유 등 시즌별 우유를 판매하는 카페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이국적인 공간 안에서 초량동 산복도로의 매력적인 풍경을 공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남겨진 공간에 역사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글・ 사진 | yoonza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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