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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종 Jul 08. 2024

장마철에 들으면 좋은 음악을 소개합니다.

지루한 장마철을 견디기 위한 방법 중 좋은 음악을 듣는 일 만한 것이 없다. 얼마 전 우연히 멋진 영상을 발견했다. kygo라는 DJ의 새 앨범 영상이었다. kygo는 노르웨이 사람인데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앨범이 나온 거였고 빌보드 차트인도 여러 번 했던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새 앨범 영상은 ‘트롤퉁가(Troltunga)’라는 노르웨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가진 절벽 중 하나이며 기괴한 돌출 형상 때문에 ‘트롤의 혀’라고 번역되는 곳에서 찍었다. 이 기괴하고 웅장한 절벽은 약 만 년 전의 빙하 시대 동안 형상이 되었다고 한다. 헬리콥터가 피아노를 운반하는 장면부터 맘에 들었다.

https://youtu.be/tUNbhYcY9Ik?si=K2gCFtB1Bpz-fKNt


처음 이 영상을 볼 때는 그곳이 어딘지도 몰랐고 뮤지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CG인가라고 생각할 만큼 비현실적이었다.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또한 상쾌하고 좋은 에너지로 가득 차있어서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리듬으로 계속되는 영상을 홀린 듯이 보게 됐다.


앨범의 노래들을 다 들어보았는데 가장 좋았던 곡은 ‘lighthouse’다. 다음에 ‘me before you’와 ‘whatever’  좋았다. 곡들도 좋았지만 인상 깊었던 점은 피처링한 가수들도 그렇고 Kygo도 모두 평범한 아웃도어 의상을 입은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영상을 찍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아이돌이나 연예인들이 극단적으로 관리하고 다듬어서 인형처럼 화장 속에 가둬진 모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모습으로 불러주는 노래라 불필요한 감정을 일으키지 않고 경치와 노래에만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보면 아름답고 멋지기도 하지만 그들이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기까지의 안쓰러운 고통이 상상되기도 한다. 저런 모습이 되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며 살을 빼고 성형하고 애썼을지가 보이고 저런 단체 군무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며 힘들었을까 싶어 보기에 편안하지 않았다. 꼭 서커스단의 아슬아슬한 곡예를 볼 때의 심정과 조금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었다. 완벽해서 멋지지만 그 억지웃음 뒤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예뻐졌네, 쟤는 관리 좀 해야겠다’ 라며 인정하기 싫지만 순식간에 이런저런 불필요한 판단과 감정들이 떠오른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어린 학생들이 그런 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싶다. 그들을 동경하고 좋아하는 어린 초중고등학생들은 그저 그들이 좋아 보여 그렇게 되고 싶어 비현실적인 노력을 하고 외모 가꾸기가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되어버리는 일이 너무 흔해졌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연예인의 모습을 기준으로 자신의 외모나 환경을 평가하며 절망하고 비관하곤 한다. 주변에 있는 평범한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늘 화려하게 빛나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가 세상의 기준이 되고 만다.


그들이 그런 모습이 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선 눈을 잡아끄는 화려한 겉모습에 압도당하기 쉽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기보다 그들처럼 화려하고 멋지고만 싶은 어린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요즘 아이들의 꿈이 연예인이나 유투버라고 한다. 예전처럼 과학자나 화가, 가수가 아니라 그냥 연예인!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보다는 겉모습에 현혹된 결과다.


Kygo의 이번 앨범의 영상이 신선하고 좋았다. 경외감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모습들이 뭉클함을 선사한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원하는 일에만 몰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예술가구나 라는 당연한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 외모보다 연주하는 악기에 관심이 가고 목소리와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트롤의 혀’에 얹힌 피아노가 너무도 아름다웠고 소리가 잘 들렸다. 현악기와 피아노의 협주도 좋았다. 단편적으로 이 영상 하나만으로 오해한 거일 수도 있지만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사람으로서 지겹고 비슷비슷한 영상들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영상이어서 꼭 소개하고 싶었다.


비가 오락가락하고 습해서 축축 늘어지고 기운 없는 나날에 활력소가 되는 새로운 음악을 알게 돼서 저녁 산책길이 설렌다. 5시쯤 간단히 저녁을 먹고도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날들이 많아져서 6시에서 7시쯤 걸으러 나갈 때 이 새로운 플레이리스트가 있어 발걸음이 가볍고 걷고 있는 도심의 번잡스러움이 신경 쓰이지 않는다.


kygo의 음악 외에 요즘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좀 더 있는데 모두 현실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주는 곡들이다. 내가 도시 생활에 좀 지쳤나 보다. 늙을수록 도시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도심 파였는데 마음이 점점 자연으로 기울어진다.


어제도 어디든 걷고 싶어 남편에게 우면산 둘레길이 좋다고 하던데 같이 가보자고 권했는데 덥고 습해서 밖은 걷기 싫다고 백화점에 가서 자기 신발사고 거기에서나 좀 걷다 오자고 했다. 백화점에는 예쁜 물건들이 잔뜩 있어 금방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예쁘고 비싼 물건들에 정신이 팔렸지만 너무 비싸 사지도 못하는 물건은 그만 보자 싶어 지하상가로 향했다.


주말의 지하상가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으로 온 사람들로 가득 차서 걸을 수조차 없었다. 조금 걷다 너무 피곤하고 어질어질해서 집에 와 잠시 누워있어야 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선 지 그렇게 번잡한 곳을 돌아다니면 에너지 소모가 금방 느껴진다. 반면 제주도나 수목원 같은 숲길을 걸을 때는 몇 시간을 걷고 밖에 있어도 오히려 에너지가 채워지고 병이 낫는 느낌이 들었다. 새파란 바다를 보며 걷는 것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즐거웠다. 에너지가 낮아지는 연령이 될수록 자연을 찾아 떠나야 하는 게 순리인가 보다. 그러고 보면 동갑인데도 남편은 얄밉게도 아직 젊음을 잃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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