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주식도, 코인도 잘 알지도 못하고 요령도 없기에 그저 할 수 있는 투자는 꾸준한 저축이다. 그 기쁨은 그저 단기 1년으로 묶어두는 저축의 이자액을 확인하며 해당 월에 다른 은행으로 옮기거나 다시 적금으로 묶어두는 것이다. 지난주 적금이 만기였다. 한 은행에만 너무 묶어두는 것 같아 분산을 위해 우체국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정기적금 통장을 개설하려고요.”
“네, 주민증 주세요.”
직원은 주민증을 받아가고 나서 한참 모니터를 바라봤다. 10초, 20초, 30초..
“혹시 개명하셨어요? 다른 이름으로 이미 등록되어 있는데요? 초본을 가져오셔야 할 것 같아요,”
“네? 등록 이름이 어떻게 되는데요?”
“김경순이요, 부산 해운대에서 2000년 12월 30일에 개설하셨는데요”
“!!!!!!”
우체국 금융을 한 번도 이용한 적 없는 상황에서 놀랍게도 다른 사람이 무려 20년간 나의 주민번호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순간 ‘보이스피싱, 대포통장’ 등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목소리 톤이 급상승되었다.
“직원분께는 죄송하지만 제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라서요. 저는 부산에서 한 번도 산적 없기도 하고, 저의 성은 ‘정’씨라 이미 성씨도 다른데 어떻게 통장이 개설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확인 부탁드려요.”
직원도 당황했는지 중앙 콜센터에 전화를 했다. 콜센터에서는 해운대 지점에 알아보라는 듯했다. 직원은 해운대 지점에 전화했다. 해운대 지점에서는 다시 중앙콜센터로 전화를 하라고 했다. 뭔가 정리가 안 되는 이 불길한 느낌.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 처리가 안되고 있는 상황.
순간 처리를 도와주려 노력하는 창구직원이 무슨 잘못 있다고 그녀에게 목소리를 높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휴가 직원으로 업무가 쏠려있는 직원 창구에 대기손님이 늘기 시작했다. 무작정 대기한들 직원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분명했다.
“일단 처리 과정을 꼭 전달해주세요. 손님이 늘어가니 일단 집에 가 있을게요. 부탁드립니다.”
심란한 마음을 잔뜩 안고 집으로 갔다. 일단 적금은 급하게 다른 은행에 개설하고 비슷한 상황이 있는지바로 금융감독원사이트로 들어갔다. 잠시 후 우체국에서 연락이 왔다.
“전산에 있는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서 초본과 주민증 사본이 필요한데 가져다주실 수 있어요?”
바로 동주민센터에 들려 서류를 떼었다. 서류들은 먼저 중앙에 보내고, 중앙에서 다시 지점으로 통보가 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찝찝한 마음으로 토요일, 일요일을 보냈다. 화요일에 연락을 받고 지점을 방문해 삭제가 완료되었다고 전달받았다. 찜찜한 기분을 덜기 위해 확인차 그 자리에서 바로 일반통장을 개설했다.
“애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사로 마무리를 하고 돌아서는데 20년 전 타 금융기관에서의 통장개설을 생각해보면 주민번호 오류가 생기는 것은 납득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전자금융사기가 극성인 요즘 시기에는 더욱 민감하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얼마 전 한국사회복지사협회까지 해킹을 당해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고, 하루에도 열 번 안쪽으로 문자나 전화로 오는 불법 도박, 중국 장기매매(실제 발신번호를 알려주는 앱에서 뜬 발신자), 주식사기, 불법대출 등으로 인해 상당기간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이다. 번호도 곧 바꿀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일로 인해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찝찝한 기분을 지우기 위해 속으로 “아마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내가 몰랐던 좋지 않았던 일마저 사라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감정조절을 위한 것일 뿐이다.
일단 삭제를 했다 하더라도 기간에 대포통장이나 불법적인 일에 사용되었다 생각하면 아찔하다. 나도 모르게 범죄에 쓰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와 의논하여 해결해야하는지도 모른다.
금융감독원에 정식으로 E-민원을 넣었다. 아무리 20년 전 일이라 하더라도 똑같거나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우체국에서의 공식적인 답변(왜 이런 오류가 벌어졌는지, 본인의 주민번호로 개설된 금융계좌의 사용 여부 등)을 듣고 싶었다.
또한 지난 20년간 본인도 모르는 일이 발생된 것에 대해 차후 재발방지 조치사항에 대한 답변을 받으려 한다. 이번 일은 어쩌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돌려 생각해보면 금융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곳을 일일이 확인해보면 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조치사항을 들려줄지 모르겠지만 개인정보의 민감도를 높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