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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May 20. 2021

부처님 오신 날, 존중과 편견 사이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에만 가는 곳이 있다. 조계사다. 종교행사를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성탄절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러 교회를 가듯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 무언가 기원을 하러 가는 것이다. 올해 제목은 “꼭! 제발! 코로나가 물러가도록 도와주세요.”다.      


사회경제가 마비되는 시대를 보며 코로나를 두 번 겪고 싶지 않다. 마스크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가 가로막혀 있는 것도 불편하다. 관계 속에서 큰 장애물로 느껴진다.

올해 방문에서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했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기를 바라는 기원을 마치고 조계사 대문으로 향하던 때였다. 청년 5~7명이 전지 용지 사이즈의 피켓 여러 개를 들고 붐비는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예수를 믿으세요. 여러분”. “불교는 여러분들을 구원하지 않습니다.” 라며 소리쳤다. 기타를 들고 있는 청년은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피켓의 내용도 구호와 비슷했다.      


많은 방문객들이 오고 가며 그들을 주목했다.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크게 이야기했으나 그저 혼잣말 수준이었다. 그런 경우 평소 자리를 빨리 피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호기심이 생겼다.  마스크 너머라도 그들의 표정이 보고 싶었다. 가만히 대문 기둥에 서서 그들의 소리보다는 마스크에 가려진 눈빛들을 보았다. 정말 확신이 가득 눈빛에서 조계사로 들어가고 나가는 모든 이들에게 본인들의 주장이 절대적이라는 꺾을 수 없는 고집을 보여주었다.  

    

관계자와 실랑이 끝에 피켓은 내려가고 곧이어 경찰이 출동했만 외침은 결코 줄지 않았다. 지나가던 행인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타 종교를 인정 안 하면서 본인 종교를 인정하라는 건 무슨 모순이냐"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을 끝으로 광화문역으로 이동하며 종교, 성별, 나이, 부와 가난 등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존중의 시작은 어디부터일까 생각했다.


사실 솔직히는 특정한 날, 특정한 종교장소에 피켓을 들고 찬송가를 부르며 ‘구원’을 이야기하는 그 청년들이 못마땅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본인들의 종교 정체성을 보여줘야 되나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러나 그 청년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분명 부님 오신 날 ‘본진’으로 출동한 청년들도 마음에는 어려움 혹은 두려움이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는 분명 확신이 있기에 행동으로 옮겼을 거라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냥 부터 돌아봤다. '맞다.  틀리다'를 따지며 이분법적으로 관찰하고 생각하는 태도가 있다. 다만 그러지 않기 위한 노력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보다는 '상대방이 그런 을 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사실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생긴 직업적 버릇이다.

      

어느 날 독거어르신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했다. 외모를 깔끔하게 단장하신 여자 어르신이었다. 왼손에 무려 3개나 금반지와 커다란 옥반지를 끼고 계셨다. 그러나 상담과정에서 당장이라도 지원을 받으셔야 할 정도로 부양가족이 아무도 없고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때의 생각은 가난하면 금반지를 끼면 안 되는 경제조건이 아닌가? 금반지를 팔아서라도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르신이 기초생활수급을 받을 수 있게 동주민센터에 함께 다니며 느낀 점이 있다. 경제적인 형편은 조건으로 존재할 뿐, 그 형편이 어렵다 하여 금반지를 끼면 안 된다는 것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타인에게 깔끔하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기본적이며 당연한 욕구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부끄러웠다.

내가 뭐라고, 금반지가 뭐라고 그 어르신이 가진 생각을 존중하지 못했던가. 가난하면 금반지도 끼면 안 된다는 것인가.      


이 장면은 두고두고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후에 비슷한 현장상담에서 후배 사회복지사가 내가 했던 생각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을 때도, 사회복지학과 대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왔을 때도 그 편견들에 대한 의견을 서로 나누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사회복지 현장을 배우는 그들에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쳐있는 그물을 얼마큼 걷어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부처님 오신 날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을 보며 잊고 있던 스스로가 생각해오던 존중과 편견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본다.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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