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복숭아 May 13. 2021

'후회'를 후회하지 않기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외로움이라 한다. 외롭다 생각했던 시간들이 꽤나 길었다. 우울증인가 싶어 병원을 가야 하나 생각했다.


혼밥도, 혼자 영화를 보는 것도,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것도 너무 잘하는 사람인데 이런 감정 무엇일까 생각하는 시간들이 길어졌다.      


회사 식당에서 외근을 마치고 혼자 밥을 먹다 머리에 ‘띠링’ 했다. '외로움=의존증’이라는 공식이 떠올랐다.


무의식 중에는 내가 아닌 타인들이 먼저였다, 머리로는 전혀 이해되지 않은 상황도 불편함을 모두 감수하며 나를 깎아 그들에게 맞췄다.      

그저 외톨이라는 수식을 주지 않기 위 나름의 노력이 타인 의존증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밥을 먹고, 씻고, 걷는 그 틈새속에 그 생각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들 다 보내고 나니 성격도, 성향도,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도 모래시계 속 서서히 흐르는 모래 알갱이들처럼 조금씩 뒤집어졌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은 감정이 ‘후회’였다. 후회는 마치 후추와 같아 코끝을 막고 손을 저 멀리 뻗은 상태에서 뿌려도 어느새 재채기로 그 존재를 알다. 그렇게 좋든 나쁘든 후회는 늘 후추처럼 남겨졌다.     


신나게 노브랜드에서 카트를 몰고 물건을 담을 때 불현듯 후회도 그저 일종의 언어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감을 받지도 않았건만 그냥 ‘탁’하고 튀어 오른 생각이었다.       

후회 속 '잘못=뉘우침'이라는 등식은 서로 양립되기 힘들다. 후회는 그저 불편한 상황을 장기적으로 반복하여 자동 저장되는 기억들의 2세대 들일뿐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을 때 읽는 성경구절이 있다. 전도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글이다.

‘범사에는 기한이 있고,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전도서 3:1~10)     


시절 인연이라는 스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다. 쉽게 말해서 어떠한 인연이든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말이다. 애쓰지 않아도 만날 인연은 만나고 만나지 못할 인연은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느 종교든 역사적으로 오래된 만큼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깨달음은 역시 하나라고 생각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때”와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에 대한 의미는 적어도 나에게는 같은 뜻으로 해석된다.      

봄의 끝에 있다 생각했는데 이미 여름은 시작되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며 후회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후회는 ‘때와 인연’ 역행하는 자기 학대다. 때와 인연이 되었으니 받아들이고 흘려보낸다. 그리고 말하는 바로 이때를 잘 판단하고 바르게 살아가는 것. 무겁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작은 깨달음이다. 삶에 잘 적용했으면 하는 소망이다.

작가의 이전글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