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나이 예순. 올해 만 60년을 살아오신 김구남 아저씨의 세월입니다. 아저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21년 12월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아저씨는 서류 속 화상으로 안면장애를 가진 장애인입니다.
조용한 성격으로 낚시와 등산이 취미인 아저씨의 첫인상은 마스크를 낄 수 없는 귀였습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된 시대에 답답은 했어도 오히려 반대 상황인 끼지 못하는 불편함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귀가 양쪽 뺨에 눌어붙어 있는 아저씨는 마스크를 끼는 것조차 요령과 기술이 필요합니다.
‘힘든 삶을 지속시키는 힘은 내면에 있다.’
아저씨의 화상은 돌이 갓 지난 아기였을 때 집에서 호롱불이 넘어져 일어난 큰 불 때문입니다. 정신없는 어른들의 등 뒤에 남겨진 어린 아기는 이미 얼굴과 전신에 화상으로 기절해있던 상태였지요. 그 화마는 눈과 귀, 양손, 입술 등 전신 및 특히 얼굴에 좋지 않은 결과를 남기고 말았습니다. 힘든 삶의 시작이 되어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슬프고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놀림으로 초등학교도 간신히 졸업을 하고, 회사 취직은 엄두도 못 내셨습니다. 잠시 노점상을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아저씨는 90세 노모와 공적부조로 생활하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삶이 힘들어 지친 모습만을 가졌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아저씨는 자신의 처지를 마냥 연민하지 않고 씩씩하고 차분하게 지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술 담배에 의지하거나 연락이 되지 않는 형제들에게 무한정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습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제가 아저씨를 더 지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복지사도 사람이니까요.
‘치과치료를 받고 싶어도 벌어지지 않는 입’
시간이 지나 한 달이 지날 때쯤 아저씨 치아가 세 개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앞서 일했던 복지사도, 그리고 그 앞의 복지사가 적어놓은 기록에도 치과 치료가 시급하다는 문서가 있습니다. 저는 그 글들을 보며 지금 아저씨의 연세가 60살이고 앞으로도 30년을 더 사실 수 있는데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치과치료 자체가 아닙니다. 어릴 적 안면화상으로 굳어버린 입매로 인해 틀니 제작을 위한 기구가 들어갈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치과병원 선생님들이 치료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치과 선생님과 통화해보니 입술 벌어짐이 최소 가로 7cm, 세로 6cm 이상 확보가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구남 아저씨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냥 성형도 비싼데 화상성형은 얼마나 비쌀까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료 복지사가 한림 화상재단을 안내해줬고 감사하게도 그 재단을 통해 아저씨는 이제 곧 거액의 수술비를 지원받게 되어 치료가 진행됩니다. 굳어진 입술뿐 아니라 검지와 엄지가 붙어버린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마스크를 끼지 못하는 귀까지 수술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술 이후 바로 치과치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후원금 모집을 위한 노력도 곧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저씨가 열심히 살아오셨기에 받는 기분 좋은 ‘선물’ 인걸요.”
저는 생각합니다.
아저씨가 저를 만나서 다행인것이 아니라 아저씨가 60년의 시간 동안 그 힘든 상황을 차분히 잘 수용하고 버텨왔기에 이 모든 과정은 모두 아저씨의 복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