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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숭아 Jan 03. 2023

아이들은 모두 다른꼴을 하고 있었다.  

유독 2022년은 아동청소년들을 많이 만난 한해였다. 더 솔직히는 나를 만나주는 아이들보다 많나주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 한해였다.


한 때 일본소설을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 한창시절에 읽은 책 중 한권이 2005년에 나온 이사코 코타로의 칠드런이다. 칠드런은 가정재판소 조사관이 만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5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책이 나를 읽는 순간이 있는데 “어린이는 영어로 차일드야. 그런데 복수가 되면 차일드가 아니라 칠드런이 된다는 말이지. 그러나까 아이는 다 다른꼴을 하고 있는 거라고.”라는 대목이었다.

내가 20년전에 처음 사회복지를 시작했을 때 만난 아이들, 10년전에 만난 아이들, 5년전에 만난 아이들은 모두가 달랐고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아이들을 통해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학령기 아동들에게 아동학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과 보호를 위해 학교에서 신고방법을 대대적으로 교육시킨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교실에서 ‘인디언밥’ 놀이에서 등판을 맞았다는 이유로 학교폭력 신고를 한다. 그리고 부모와 대화를 나누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 그 자리에서 112를 눌러 아동학대로 부모를 신고하고 또 신고한다. 그리고 방학 2개월 전부터 정신과는 예약대기가 길게는 1개월 이상 밀리기 시작하고 아이들은 서로가 먹는 정신과약이 무엇인지 정보를 자연스럽게 나눈다.     


사회복지사로 지원하는 가구는 약 15 가구다. 그중 80%가 한부모 다자녀 가구다. 자녀들의 숫자는 많게는 5명부터 1명까지 다양하며 아이들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약 20명의 아동청소년들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올해 만났던 아이들은 저마다 다 다른 꼴을 하고 있었지만 몇 개의 공통점이 있다. 아이들은 부모이혼,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 다양한 모습을 한 억압과 고통 속에 숨죽여 있다가 풍선처럼 더 이상 눌러지지 않을 때야 비로소 어마어마한 감정을 분노로 드러냈다. 학대 중 가장 큰 학대는 신체학대에 이어 정서적 학대임을 확신한 순간이었다.     


아이들과 직접 대면을 하지 않아도 보호자와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받았을 고통이 느껴졌다. 그 아이들 하나하나 모두가 아파했지만 보호자들은 본인이 살아왔던 방식으로 아이들을 해석하기 급급했다.

아빠의 아동학대를 피해 할머니와 단칸방에 살아가는 다문화아동, 아빠의 언어폭력으로 몇 차례에 자살시도가 진행된 아동, 남편의 폭력을 피해 아이들을 홀로 돌보는 엄마와 살아가는 4명의 아이들. 아빠의 언어폭력과 제대로 된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지능이 경계선으로 떨어진 아이 등이 그랬다. 이보다 더한 아이들도 많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것이다.                    


아이들과 직접 만나던 만나지 않던 소통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아이들은 미성년을 벗어나 경제적 독립을 하기까지 보호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인 내가 보호자가 아무리 인간적으로 미워도 좋은 관계를 맺어야지만 양육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할 수 있다.


건강한 보호자는 격려와 응원과 후원으로서 더 열심히 생활하며 아이들을 지치지 않고 길러내도록 지원하고, 긴장감이 필요한 보호자에게는 감시의 눈길이 늘 옆에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리고 아동들에게도 경제적 후원 및 심리 및 인지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상처가 조금이라도 노출될 수 있도록 하며 아이들의 생활을 수시로 모니터링하여 미약하게나마 사회복지사가 안전지대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

새해가 왔지만 업무도, 지원하는 가구도 큰 변화는 없다. 그러나 올해도 변함없이 내가 만나는 그리고 앞으로 만날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불러주며 그들이 세상에 따뜻한 어른이 한 명 있었구나라며 삶이 지칠 때 힘낼 수 있는 동기로서 내가 존재되기를 바란다.

     

2023년 3월에는 일하는 지역교육복지지원청에서 나를 상시 지역사례관리위원으로 위촉을 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전체 학교에 있는 상담교사 및 위클래스 담당교사들을 교육하는 자리에 지역사회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사례관리 업무를 소개한다.


희망이라 한다면 이런 기회들이 더 많이 만들어져 조금이나마 쉼과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의 고통을 함께 공유하고 사회안전망으로서 복숭아 사회복지사가 존재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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