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전입니다.
지난 2019년 11월, 위메이드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를 공개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정통 게임사라고 할 수 있는 게임사가 블록체인 게임 시장에 뛰어든다는 발표를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당시만 해도 '블록체인=가상자산'이라는 공식이 성립돼 있었고 '가상자산=투기'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간담회에 직접 참석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장 대표는 "새로운 기술이나 새로운 플랫폼은 게임의 지평을 넓히고 게임시장을 크게 확대했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적 특성이나 가상자산으로 인한 경제시스템이 게임과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당시만해도 '너무 앞서 간 것 아니냐', '정부 규제도 불확실한데 뛰어드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게임업계는 그야말로 '블록체인 열풍' 속에 있습니다. 너도나도 블록체인 게임을 회사의 미래라고 소개하며 나섭니다. 블록체인 게임을 발표한 회사 주가는 약속이나 한 듯 무섭게 치고 올라갑니다.
'블록체인 열풍'의 시작 역시 일찌감치 블록체인 게임을 준비했던 위메이드였습니다. 위메이드가 지난 8월 선보인 미르4 글로벌이 글로벌 흥행작 반열에 올랐는데요.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됐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게임 내 '흑철'을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덕분일까요? '미르4 글로벌'은 전세계에서 동시에 100만명이 즐길 정도로 '메가 히트작'이 됐습니다.
'미르4 글로벌'의 성공을 본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블록체인 게임으로의 진출을 발표합니다. 엔씨소프트도, 넷마블도, 카카오게임즈도, 펄어비스도, NHN도, 컴투스도, 게임빌도...국내 유력 게임사들이 입을 모아 블록체인 게임을 외치고 있습니다. 넥슨도 이미 계열사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가지고 있으니, 곧 블록체인 게임 도입을 선언하지 않을까요? 정말 내년에는 블록체인 게임을 내놓지 않는 게임사가 없을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모든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소위 '플레이 투 언'이라고 불리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모델이 적용되려면 게임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이 필요합니다. 위메이드가 드레이코라는 가상자산과 위믹스라는 가상자산을 통해 '플레이 투 언'을 구현한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게 발행만 한다고 끝나는 것은 또 아닙니다. 게임 내에서 적절하게 가상자산의 가치를 조절해야 합니다. 소위 '작업장'들이 게임에 개입했을때 가치의 폭등이나 폭락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치 조절을 위해서는 게임 하나에 각각 별도의 가상자산을 적용하기보다는 여러 게임에서 동시에 활용되는 기축 가상자산을 만들고 그 가상자산 하위에 토큰이라 불리는 여러 게임용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메이드가 위믹스 플랫폼을 만들고, 컴투스-게임빌이 '하이브'를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발표하는 것이죠. 엔씨소프트도 '퍼플'이 블록체인 플랫폼 기능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결국 블록체인 게임 분야에서도 '플랫폼 전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위메이드가 연이어 다른 게임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거나 지분투자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 '위믹스 플랫폼'에 다양한 게임을 입점시키기 위한 행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하는 블록체인 게임을 내년까지 100개 이상 늘리겠다는 전략은, 곧 위믹스 플랫폼을 블록체인 게임의 대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수밖에 없습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경쟁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블록체인 게임을 확보할 수 있느냐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많은 게임기업들의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독점성을 띄고 있다는 점입니다. 초기에 많은 블록체인 게임을 확보해서 이용자들에게 선택을 받는 플랫폼을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독점성 때문이죠.
지금은 '미르4 글로벌'이라는 유일무이한 성공사례를 확보하고 있는 위믹스 플랫폼이 한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사에게 아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그 기회의 시간이 많아 보이진 않습니다. 늦어도 내년에는 어떤 플랫폼이 생존할지 결판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다른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발표하는 것을 보고 "팔로워들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비전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게임계 기축통화인 위믹스 입장에서는 많은 게임회사의 블록체인 적용 선언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위믹스는 그 게임회사들의 계획을 실현시키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선구자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다른 플랫폼이 부상해서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까요? 업계 판도 변화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한편 이처럼 블록체인 게임 열풍이 불고 있고, 모든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고 있는데, 게임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블록체인 게임을 실제로 해볼수가 없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9년부터 블록체인 게임 심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당시에도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 심의를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는데, 어떤 연구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글로벌 흐름이 블록체인 게임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게임위가 이렇게 뒷짐만 지고 있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게임위는 움직여야 합니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흐름이 아닙니다. 가상자산도 막으려고만 하다가 뒤늦게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하고 과세 기준을 세우느라 허둥지둥 하고 있지 않습니까.
소를 잃었다고 외양간도 안고치면 안됩니다. 고치지 않으면 계속 소를 잃으니까요. 정부가 더 이상 소를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