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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Oct 29. 2021

지스타 외면한 '3N'...게임 위상도 흔들릴라

국내 게임업계 최대 축제인 '지스타' 2021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전환됐던 지스타가 1년만에 온오프라인 병행 전시회로 다시 부산을 달구게 된 것이죠.


그런데 올해 지스타 2021에는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소위 '3N'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019년 처음으로 지스타에 불참했던 넥슨은 2021년에도 BTC 부스 참여를 포기했습니다. 2019년, 3N 가운데 유일하게 지스타에 모습을 드러냈던 넷마블도 올해는 쉬기로 했다고 합니다. 엔씨소프트는 원래 지스타에 잘 참여하지 않았던 회사입니다.


3N이 동시에 지스타에 불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각 기업의 사정이 있겠죠. 지스타 참여보다 게임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일수도 있습니다.


게임이 처한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어떤 상황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거세진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에 대한 저항, MMORPG에 집중된 장르, 중국 게임의 약진, 게임이 아닌 다른 즐길거리 확대...

지난 2019년 11월, 부산시에서 개최된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행사장 입구의 모습 / 사진 = 이수호 기자


게임이 처한 상황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리는 지스타 2021은 게임산업의 건재함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는 '빅 이벤트'입니다.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반 이상이 게임이다'라는 말을 100번 외치는 것보다, 게임이 가진 파급력, 게임에 열광하는 모습을 지스타에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코로나19 사태 이전, 매년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에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벡스코 광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도, 게임쇼를 즐기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을 보면, '그래도 게임이 대단하긴 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지난해 지스타가 기회였지만...


어쩌면 지난해 지스타가 기회였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지난해 지스타 2020이 온라인으로 열리게 됐을때, 내심 기대를 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소위 '메타버스'라고 불리는 가상세계를 구현해서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게임은 그 자체로 가상세계고, 메타버스와 가장 잘 어울리는 산업임이 확실하니까요.


하지만 지난해 지스타에서 그런 게임의 저력을 맛보진 못했습니다. 그저 뻔한 온라인 스트리밍 정도에 그쳤으니까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지스타 2020' 개막식 모습 / 사진 = 이소라 기자


안타까운 것은 지스타 2020 이후,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게더타운을 활용한 콘퍼런스는 수도없이 많이 열렸고요. 나로호 발사라는 전국민적 관심이 몰리는 이벤트도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통해서 생중계된다고 합니다. 


지난해 지스타에서 이런 '메타버스'를 먼저 선보였으면 좋았을텐데...그랬다면, 게임이 '메타버스'의 대표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했을텐데...아쉬움이 가시질 않습니다. 


게임의 건재함 알려야 할 중요한 시점에 '3N'은 어디로


올해 지스타는 달라야 합니다. K콘텐츠의 대표주자였던 게임은 이미 K드라마와 같은 영상물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은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진흥 예산도 게임보다 영상이나 드라마, 웹툰 등의 제작사로 더 많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지스타 현장의 모습. / 사진 = 남도영 기자


뿌리가 흔들리면 산업이 흔들립니다. 중소 게임 개발사, 인디 게임 개발사들에게 돌아가는 펀드와 같은 투자금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죠. 정부의 지원 확대를 위해서라도 지스타가 게임산업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합니다. 업계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 시점에 산업을 대표하는 게임사들이 지스타를 찾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혹자들은 정부가 산업에 해준 것이 무엇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산업적 역량을 보여줘야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시도하거나, 비판적인 시각을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여론이 안좋아지면서 기업 대표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불려나가 국회의원들의 호통을 들어야 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내 게임사에 대한 여론 역시, 그 어느때보다 좋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카오게임즈의 존재입니다. '오딘'으로 올 게임시장을 평정한 카카오게임즈는 이번 지스타의 메인스폰서를 맡아 지스타와 게임 산업의 건재함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카카오게임즈 외에도 크래프톤과 그라비티, 시프트업, 엔젤게임즈 등이 BTC관에 40부스 이상 대형 부스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한 이들이 3N을 대신해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건재하다는 점을 알려주길 기대합니다. 3N도 산업 위상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심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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