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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an 05. 2022

"삼성폰을 지켜라" 한종희 부회장의 3가지 비단주머니

삼성전자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넘게 지켜온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올 4분기 애플 '아이폰'이 삼성전자 '갤럭시' 판매량을 앞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은 최근 3년 연속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는 4분기마다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주고 있다. 연간 판매량은 아직 삼성이 우위지만, 매출 점유율에선 프리미엄 시장을 꽉잡고 있는 애플이 압도적이다.


한때 '대륙의 실수'라 낮춰 부르던 샤오미는 3년 내에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며 호언장담 하고 있다.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 샤오미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의 공백을 차지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 6월 한 달 글로벌 1위 자리를 차지하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쳤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공급 차질이 없었다면 더 매섭게 추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폰'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T·모바일(IM) 사업부문과 소비자가전(CE) 사업부문을 통합한 'DX(Device eXperience)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를 'MX(Mobile Experience)사업부'로 개명하는 등 내부 정비를 통해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킬 '묘수'가 있을 지, DX사업부문장을 맡는 한종희 부회장에게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폴더블폰으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내부적으로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를 3억3400만대 수준으로 잡은 것로 알려졌다. 3억대는 성공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 2018년 이후 4년 연속 3억대를 밑돌았던 만큼 공격적인 목표치다. 더구나 반도체 공급난 지속에 코로나19 변이 이슈까지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예상한 내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2억8000만대 수준이다. 현재 시장 경쟁 상황이나 수요·공급 측면에서 분석해봤을 때, 3억대 이상은 무리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시장 자체를 성장시키거나, 시장 성장률 이상의 성장을 달성하거나, 경쟁사 점유율을 뺏어와야 한다. 무언가 전에 없던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가장 잘 알려진 삼성전자의 신무기는 폴더블폰이다. 2019년 처음 폴더블폰을 출시할 당시만 해도 높은 가격과 내구성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했지만, 3년 만인 올해 3세대 제품인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가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하며 삼성이 노리는 '폴더블폰 대중화'에 한 걸음 다가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폰 판매량은 올해 890만대 수준으로 추정되며, 삼성전자는 8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 시장 침투율이 0.6%에 불과해 판매량 자체가 의미가 있기 보긴 어렵고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 입지를 높이고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세 자체는 가파르다. 내년 폴더블폰 판매량은 1690만대 수준으로 올해의 두 배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제조사들이 가세하고, 2023년 이후에는 애플도 참전하며 본격적인 성장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폰 판매량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폴더블폰의 대중화는 삼성전자가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를 열고 이어 아이패드(태블릿PC), 애플워치(스마트워치), 에어팟(무선이어폰) 등으로 시장을 열면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차지해왔듯, 폴더블폰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 '퍼스트 무버'로 자리하게 된다. 경쟁사들이 늘면서 시장 파이가 커지면 삼성전자의 점유율 자체는 하향안정화되겠지만, 추격자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삼성의 입지를 흔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연결성 확장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라


한종희 부회장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앞으로 손안의 스마트폰에서 각종 가전과 대화면 기기에 이르기까지, 제품들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열정, 취향들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또 기기들이 매끄럽게 연동돼 우리 일상이 더욱 편리해지고,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키워드를 꼽아보면 '맞춤형'과 '연결'로 귀결된다.


삼성전자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모바일과 가전을 통합한 이유는 '비스포크' 가전으로 대표되는 소비자 맞춤형 기술과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노트북PC,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의 연결성을 가전까지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비스포크 콘셉트를 적용한 맞춤형 디자인 제품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을 출시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갤럭시 Z 플립3 비스포크 에디션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가전에도 '온디바이스 AI' 기술과 '홈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극 적용해 스마트폰과 같은 연결성을 갖추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빅스비'(AI)와 '스마트싱스'(IoT), '녹스'(보안) 등의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삼성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와 가전을 매끄럽게 연결해 진정한 '스마트홈'을 구축하게 된다면 그간 제품 간 높은 연결성으로 시장의 높은 평가를 받아온 애플 생태계를 능가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부회장은 내달 초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IT 박람회 'CES 2022'에서 삼성전자의 새로운 비전과 함께 연결성 강화를 위한 파트너 협력과 새로운 솔루션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중국 시장을 재탈환하라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43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 루마니아, 베네수엘라, 브라질 등에서는 50% 이상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1위 국가 개수 자체는 2019년 46개, 2020년 45개, 2021년 43개로 차츰 줄어드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보급형부터 프리미엄급까지 모든 가격대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고, 각 국가에 따라 다른 주력 세그먼트를 갖고 있다. 주요 시장에서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침투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가마다 주력하는 제품도, 경쟁해야 하는 대상도 다르다보니 역량이 분산되며 저가 시장에선 중국 제조사에, 고가 시장에선 애플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제재로 인한 화웨이의 퇴출과 LG전자의 스마트폰 철수에도 불구, 이에 따른 수혜를 중국 제조사들과 애플에 모두 넘겨준 점도 뼈아픈 지점이다.

2021년 3분기 국가별 삼성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및 순위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특히 삼성전자 0%대 점유율로 밀려난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이 아픈 손가락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웃돌았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논란으로 인한 반한 감정으로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 불매운동이 일어나며 2019년 이후 점유율 1% 미만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이 중국에서 거의 힘을 쓰지 못하는 동안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오포, 비보, 아너 등의 중국 제조사들이 고속 성장했고, 심지어 애플도 지난 10월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새로 만들었다. 한 부회장이 중국 사업 전반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도 막대하지만, 공급망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런 중국 시장의 성패는 향후 삼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과 샤오미, 오포, 비보, 아너 등 중국 제조사들과의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 가늠해 볼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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