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그인 더헬, 매운 까르보나라, 샹그리아
한숨은 파스타 면만큼이나 여러 종류가 있다.
정장 차림의 중년 직장인은 그들의 깊은 인상과 주름만큼이나 깊고 무거운 한숨을 가진다. 특히나 추운 겨울날 후우우우 하며 담배연기와 함께 뱉어지는 한숨은 보기만 해도 늪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회사가 많은 강남, 여의도 종로 일대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갑갑함은 그들의 깊은 한숨이 켜켜이 쌓여 올려진 탓이려나
반대로 나름 앙증맞은 한숨도 있다. 가끔 자세히 들어보면 흐이나 으휴 정도의 짧은 한숨이 그렇다. 그 소리를 듣자면 나 좀 알아봐 달라는 투정을 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혼자 있을 때도 그런 소리를 낼지는 알 길이 없다.
간신히 스스로 물에 뜰 수 있을 정도의 간당간당한 여유 탓인지 무게 있는 것들은 부담스럽다. 치열하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은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들로 이미 충분하다. 구태여 ‘그것이 알고 싶다’나 신문의 사회 면에 나올 마음 아픈 기사들로 증량하기엔 벅차다. 내 주변 사람들 역시 부담스러운 무게를 들어 올리며 성취감을 즐기고 상대에게도 권하는 헬스 중독자 같은 태도를 지닌 사람은 없으리라.(적어도 내가 알기론).
내겐 딱 '흐이' 정도다.
더욱 복잡한 맛의 다이닝과 무게감 있는 식당이 있겠지만 기쁜 날과 슬픈 날 역시도 흐이라고 내뱉곤 내 사람과 함께 서로 다독이는 대화에 에그인 더헬, 매운 까르보나라 그리고 샹그리아 정도를 곁들이면 충분하다. 그 정도면 말이다. 앞으로도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Palace의 Livewell이란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