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어복쟁반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해줘도 모르는 거야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중에서
상대도 같은 걸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비슷하고 구체적인 경험을 책장에서 책을 꺼내듯 고른다. 열과 성을 다해 눈앞에서 벌어진 일처럼 설명을 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용을 이해를 하는 눈빛보다는 이미 다른 주제로 어떻게 자연스럽게 넘어갈지를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 순간조차도 배려 탓인지 고도화된 사회화 덕분인지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 기계적인 끄덕임과 함께
느끼는 사람만 느낀다 미묘함을(어쩌면 미묘함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그 미묘함 때문인지 이해하지 못한 이들은 젠체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조롱하기도 한다.
물론 개중엔 미묘함을 안다는 우월 의식을 갖고자 하는 다소 싱거운 이유로 젠체하는 경우도 더러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전체를 그렇게 매도해 버린다면 취향마저도 시선을 신경 쓰는 세상은 너무나 슬프지 않겠는가
배타성 때문인지 같은 걸 느낀 사람들은 외부의 압력에 맞서 더욱 똘똘 뭉친다 나름의 유대감마저 형성하며
박해 때문인지 섣불리 정체를 드러내진 않는다
서로 꽤 오랜 기간 여러 관문을 통과한 끝에 결이 맞는 상대에게 조심스레 묻는다. 상대가 놀랄까 몇 가지 테스트를 거쳐 이해도를 파악한다.
A : "혹시,,, 무슨 냉면 좋아해?"
B : "물냉면 좋아해"
A : ",,, 그럼 평양냉면은 어떻게 생각해?"
B : "조ㅎ,, 좋아,, 좋아해"
그래선지 진미 평양냉면은 박해를 피하기 위해 지어진 카타콤 마냥 대로변 건물 뒷골목으로 들어가야 마주할 수 있다.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그 안에선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이라면 왠지 안심이 된다.
*글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Giveon의 World We Created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