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린지 카츠카레, 버터치킨 카레
#1
명품백 대신 ‘포터’ 가방을 드는 여자나
몽클레어나 스톤 아일랜드를 대신해 텐씨 패딩을 고르는 남자에게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듯 옷장 속 옷들은 그 주인을 닮아 있다.
#2
결정적일 때마다 긴장 속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는 버릇이 있다.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 때 상처를 덜 받기 위해 미리 파놓은 쥐구멍이다.
순전히 약한 마음 탓이지만 쥐가 뒷걸음치다 소를 잡듯 우연히 전체를 여유 있게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극히 드문 경우긴 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3
A : “신발도 나이에 어울리게 신지, 난 형이 로퍼가 잘 어울릴 거 같은데”
B : “왠지 구두는 오글거려. 내겐 최후의 보루 같은 거야”
나이는 들어가지만 온전한 어른이 되는 건 피하고 싶은 치기 어린 마음인지 옷차림 역시도 한 발자국 물러서 있다. 말을 잘 듣다가도 꼭 중요한 순간에만 투정을 부리는 어린애를 닮아 있다. 옷장 속 옷들은
- 포멀 한 상하의에 핑크색 ‘반스’ 신발
- 드레시 하지만 라운드 카라에 레드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로리엣'의 셔츠
- 클래식한 울 재킷에 이너로 입는 주황색 맨투맨
#4
카린지의 카레는 맛만 놓고 보자면 슈트를 빼입은 훌륭한 어른이다. 하지만 다소 캐주얼한 외투를 걸친다. 그게 겸손에서 비롯된 민망함일지 나이가 들어서도 어린아이도 남고 싶은 피터팬 일진 모르지만
어느 지점에선 둘이 닮아있다는 반가움에 카레의 페르소나를 그려본다.
*글의 분위기와 닮은 Nujabes의 After Hanabi란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