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프레스카 & 파스티피쵸
그녈 만나며 현실과는 또 다른 차원으로 구분되는 듯한 둘만이 존재했던 세계가 존재했다.
심지어 달이 두 개가 떠있지 않았음에도
워낙 견고했었기에 영원하다거나 ‘언젠가는’이라는 가정마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음에도 동물의 직감처럼 느끼곤 했다.
경험을 토대로 이 행복이 언젠간 또는 영원하지 않을 거란 의심이 드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오히려 불이 꺼지고 눈마저 감아 이중으로 덧칠해진 어둠 속에서 손가락 끝으로 느껴지는 무언가의 감촉과 같았다. 그게 정확히 무엇이고 왜 느껴졌는진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무언가가 필연적으로 그곳에 있었고 상대 역시 알았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온전히 둘만 남고 주변 모든 것들이 오브제로 한 발자국 뒤에 설 때조차, 아니 오히려 그럴 때마다 더욱 서로의 곁에 바짝 붙어 존재감을 인지시켰다.
“우리가 좀 더 늦게 만났다면 어땠을까”라는 말을
입 안에 머금고는 뱉지 않고 알약 삼키듯 목 뒤로 넘겨버렸다.
완전함을 꿈꾸는 ‘만약에’라는 가정은 오히려 불완전함을 일부 내포하고 있기에 비겁했지만 한사코 외면했다. 그리고 오래되지 않아 영원할 수 없음을 서로 확인하고 뒤돌아 각자 걸어왔던 방향으로 향했다.
하지만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고 마무리되는 어느 노 작가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 날 소년은 소녀의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된다.
‘시간이 괜찮으면 한번 보지 않겠느냐고’
*글과 잘 어울리는 Moonchild의 Cure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