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기 #1
집 밖을 벗어나면
예외 없이 깊은 잠에 못 들지만
도쿄는 다르다.
몸을 대기만 해도
위험할 정도로 잠이 솔솔 쏟아진다.
이만한 곳이 있을까
3시간 반의 비행만으로 지칠 만큼
몸이 쇠약해진 건가 싶기도 했지만
맞은편 곤히 잠든 사람을 보자면
단지 컨디션 문제는 아니었다.
고개를 내려보니 유달리 폭신하게
감싸는 '도쿄 지하철의 시트'
그리고 서늘한 야외와 다르게
선선하면서 동시에
이불을 포개 놓은 듯한 포근한 실내 기온은
숙면을 위해 고안된 하나의 공간 같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꽤 많은 이들이
엄마 품에 앉긴 듯
평화로운 표정으로 단잠에 빠져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잠에 들지 않은 이들마저도
가까스로 잠에 저항하며 눈에 힘을 주고
도착 역을 살피거나
핸드폰을 보며 잠을 쫓아 본다.
매일 출퇴근길 힘든 회사 생활을
어루어 달래듯
도쿄의 지하철은 지친 직장인들을
한데 끌어안아 곤히 재운다.
목적지도 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