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꼭 써야 하나?'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누군가에겐 분명 아픈 기억일 테고, 이유가 어찌 되었든 고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는 결혼 전 혼인신고를 먼저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할 방법이 없었고, 상식적으로 그 남자의 죽음이 아내와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기엔 풀리지 않는 의혹이 남아 있었다.
아내가 소방관이 되어 직장 근처로 이사를 간 이후, 나름의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을 시기. 아내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3층에 살던 주인집 아들이 자기 방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3층에 살던, 아내와 동갑이었던 그 남자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주인집의 아들이었다. 주인집 아주머니는 아내와 같은 20대 후반의 나이임에도 아직 직업이 없던 자신의 아들과 아내를 비교하며, 아내에게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집 아들이 자신의 방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었다.
당시 근무였던 아내는 다음날 아침 퇴근 후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찰과 주인집 아주머니로부터 듣게 된 이야기는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새벽 시간, 술에 취해 귀가한 그 남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신의 옷가지들을 밧줄처럼 묶어 창 밖으로 던졌고, 그 옷가지들을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오다 떨어져 죽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남자의 방 바로 아래층은 아내가 살던 집 안방이었다.
그 일 이후 아내는 직장 내 숙소에서 생활하며 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어 다른 집을 구할 여력이 없던 우리에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였다.
혼인신고!
직업군인의 가장 큰 장점, 혼인신고를 하면 집 문제는 바로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이미 우리는 미래를 약속한 사이였고, 양가 부모님들께 결혼 허락까지 받은 상태였으니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결심이 서자 양가 부모님들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혼인 신고를 먼저 하겠노라고 말씀드렸다. 부모님들도 흔쾌히 허락해 주셨고, 그렇게 우리는 결혼에 앞서 혼인신고를 먼저 하게 된 것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 남자의 죽음이 아내와 나의 결혼 생활을 앞당겨준 것만은 사실이다. 때문에 당시 그 남자가 무슨 이유로 그런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그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그 의심이 맞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된 그 남자를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을 전할 뿐이다.
다음편에선 실패한 프로포즈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