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즈 이형민 대표가 말하는 향기의 가치와 희망
향기는 우리에게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설렘을 느낀 여행지, 추억의 장소에서 맡았던 그리운 향기 등 우리에게 특별한 순간과 추억을 선물한다.
이러한 향기의 가치를 바탕으로 향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퍼퓸 브랜드가 있다. 세이즈의 이형민 대표를 만나 세이즈의 향기가 가진 가치와 희망, 그리고 이형민 대표의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향수 브랜드 세이즈와 화장품 제조업체 웨이브코스메틱을 운영하는 이형민입니다. 2019년 말 세이즈를, 2022년 초 (주)웨이브코스메틱을 설립하였습니다.
처음 웨이브코스메틱이라는 화장품 제조업체를 설립한 계기는, 화장품으로 분류되는 향수를 제작할 때 공장에서 제작할 수 있는 최소 주문 수량이 많아 재고 부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향수 브랜드를 좀 더 꾸준히 운영하기 위해 화장품 제조를 공부하게 되면서, 향장업계 분야로도 인적• 물적 인프라를 얻을 수 있었고, 이는 브랜드 운영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세이즈라는 브랜드와 함께 화장품 제조업인 웨이브코스메틱을 활용하여 향 개발 및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드라마 ‘킹더랜드’,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등 국내 외 다양한 IP와 콜라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세이즈가 조향사로서 개인적인 향을 작품으로 선보이는 창구라면, 웨이브코스메틱은 하나의 사업체로서 현실적인 부분을 뒷받침합니다. 세이즈 브랜드와 웨이브코스메틱의 공통점은 BI(Brand Identity)입니다. 새로운 향기로,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지요.
더 다양하고 폭 넓은 향 경험을 전해 드리기 위해, 원료에 관한 끊임없는 연구는 물론이고, 향료 해외 거래처 확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더불어 웨이브코스메틱은 향 개발 및 제품 제작 전문업체로서 현재 미국, 일본, 대만에 지사를 두고 향기 굿즈를 제작하고 있으며, 해외 IP 콜라보는 물론 국내 IP의 2차 저작물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향료를 해외직구로 구매하고, 조향을 구글링과 해외 논문으로 독학할 만큼 향을 좋아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진 취미였던 것 같아요. 이게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죠.
그러던 어느 날, 친구와 향수 공방에서 서로에게 향을 만들어 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제가 만든 향에 친구가 지어준 미소가 좋았고, 더 많은 이에게 제가 만든 향으로 행복을 전하고 싶어 창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학생 신분이라 작은 규모로 세이즈를 운영했었는데, 본업이 되어버린 이유는 현 웨이브코스메틱 수석 조향사로 계시는 이성민 조향사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인격적으로, 직업적으로 존경했던 조향사님을 만나 향에 대해 더욱 깊이 알게 되면서 이 분야에서 한 명의 조향사이자 사업가로 저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향수 '스윗엠브로지아'는 세이즈의 창업 정신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은 신들이 먹는 음식인 '엠브로지아'를 모티브로 하여 석류 향 베이스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향을 가집니다.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기존 고객들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선정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작되었으며, 첫 시도임에도 나름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향수를 선보였던 세이즈는 특정 향만 인기를 얻었습니다. 세이즈는 이를 극복하고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도록 리뉴얼을 통해 더 다양한 향수 라인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사이트의 전면 재개발과 함께, 국제 시장에 진출하여 미국, 동유럽, 러시아 등으로 수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완전 새로운 향으로 출시되는 시향지 펀딩을 무료로 진행 중이니 향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경험해 보셔도 좋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라는 명언은 개인적으로 제 삶의 모토가 되어 주었습니다.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마다 이 말을 되뇌며 문제를 직시하고, 그를 통해 고민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해외에서 공수한 부자재가 70% 이상 파손되고, 오래도록 준비한 프로젝트가 무산되었을 때 등을 돌아보면 모두 문제가 아닌 디딤돌이었죠.
지금은 예전보다 사업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더 다양한 문제가 더 자주 발생하지만, 이제 그런 상황에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앞으로도 문제를 탓하지 않고 해결을 모색하며, 위기로부터 배우고 성장하고자 합니다.
파트너 선정에 명확한 기준은 없으나 현재까지의 파트너를 보면 크게 확장성 혹은 사업성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확장성은 현재 정말 멋진 향수 브랜드를 런칭한 ‘A to Z’ 대학 창업 동아리와의 협업입니다. 당장은 사업 규모가 크지 않지만, 폐사에서 기획한 조향 클래스를 함께 운영해 보는 등 창의적인 시도를 확장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업성은 네이버 IP, LG전자 등과의 콜라보입니다. 기존 팬층 혹은 제품 판매량이 많은 곳과 협업을 진행할 때는 별도 마케팅 없이도 고객들의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고객은 보통 마케팅 퍼널을 거쳐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구매하게 되는데, 이미 특정 브랜드나 IP에 팬인 고객들은 우리가 만든 제품에 즉각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경기 침체로 소비력 둔화, 명품과 가성비로 양분화된 소비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위해 오랜 기간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현재는 콜라보 제품을 위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세이즈는 고객들에게 제 삶의 모양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세이즈 팬분들은 또 다른 제 자아를 좋아해 주는 게 아닐까 합니다. 제가 만든 향, 제 어투가 녹아든 소개 글, 제가 촬영한 사진, 제 감도에 맞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셨던 것이니까요.
그래서 세이즈는 앞으로 제 일기장과 같은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속에는 조금은 투박했던 20대, 새롭게 맞이할 30대, 시간이 흐르며 바뀌는 생의 기록이 녹아있을 테지요. 세이즈의 팬 분들과 세월을 함께 가로지르는 브랜드로 남고자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는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 세계를 본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이 있습니다. 제가 보는 세상은 다른 누군가의 세상과는 다른 것일 수 있겠지요.
그러나 각자 가진 저마다의 세상에서, 도전하는 삶은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청춘 여러분, 스타트업을 운영하거나 준비 중인 분들, 모두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