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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Sep 20. 2023

아무나 만나면 안 된다

쉴 새 없이 사람을 만나던 적이 있다. 

그게 교육이든 스터디든 술자리든.

꽤 오래 그랬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게 없냐 하면 많이 얻었다.

그런데 잃은 게 더 많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요즘은 저녁 일정을 거의 잡지 않는다. 몇 달 됐다.

업무상 꼭 만나야 하거나 그냥 내가 보고 싶고 편한 사람만 만난다. 만나자 해도 대부분 거절이고 심지어 창업한 자영업자 주제에 미팅도 기준에 안 맞으면 거절하는 게 반이다. 미팅은 해도 세워둔 원칙에서 벗어나는 거 같으면 그것도 돌아보지 않는다. 


기웃대고 뭔가를 계속 찾아다니는 게 소모적이고 무엇보다 내가 가장 소중하다 생각해 그렇고, 일도 벌이지 않고 소수를 깊게 파기로 해 그렇다. 언젠가 혹은 어떻게 기회로 연결될지 모른다는 조바심이 없어지니 굳이 어디 낄 필요 없고 얼굴 비출 필요가 자연스럽게 없어졌을 뿐. 


그래서 전보다 월등히 좋냐 하면 그건 아니다.

전엔 그것대로 또 괜찮았다.

다만 지금은 지금대로 좋은 점이 달라졌을 뿐.


외부에 향해있던 걸 거두니 그 시간과 에너지가 고스란히 내게 향한다. 나이가 들 수록 에너지는 줄어들고, 일에 요구되는 포인트가 달라지니 시간을 벌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데에 관심이 집중된다.


내가 내게 집중했을 뿐인데 그것 때문에 날 찾는 사람이 있다. 연락 오는 수와 빈도는 이전보다 확 줄었지만 관계의 밀도는 훨씬 짙어졌다. 내가 내 할 일을 묵묵히 해내면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은 찾기 마련이더라. 내 효용이 있고 좋아하는 이들을 주로 만나는 방법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이들을 찾아가지 않던가. 그래서 거절이 어렵던 나는 이제 거절을 제법 잘한다. 대신 내가 보고픈 사람에게 먼저 연락하는 비중이 늘었다. 이렇다 보니 관계 스트레스가 확연히 줄었다. 


모두가 각자 삶의 방식이 있고 그 모두가 옳다. 

그저 나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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