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가 우리다
나무가 풀과 다른 건 껍질과 목질부 사이의 형성층 때문이다.
풀은 형성층이 없고 물관 정도. 지면 위로 나온 부분이 겨울이 되면 지속되지 못함도 차이다. 그래서 대부분 한해살이.
회사와 조직이란 그래서 나무 같아야 할 거다. 단단히 다져지며 늘어가는 나이테만큼 성장하며 지속되어야 하므로.
나이테는 제각각이다. 연중 고르게 강수와 온도가 유지되는 곳의 나이테는 널찍널찍하고 추운 곳의 나이테는 촘촘하다. 계절 구분이 명확한 곳일수록 나이테는 선명해지고 해충피해가 컸거나 산불 피해를 입었던 흔적도 고스란히 각인된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나무는 온도가 관건이고, 반대지방은 강우량이 관건. 어디에서 해가 쬐느냐에 따라 같은 나무여도 나이테의 넓이와 방향이 다르고, 경사진 곳에서 자란 나무의 나이테는 타원이 되기도 한다.
인사란 시대가 변하고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다르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이 정형화, 표준화되어 있는 부문이다. 그래서 불과 10년 전과 지금이 많이 달라졌다 해도 여전히 관통하고 일하는 기준들은 대동소이하다.
중요한 건 우리만의 환경과 성장의 방식을 어떻게 고유의 나이테로 담아가느냐. 비슷비슷하다 해도 업력, CEO, 리더십, 모든 임직원의 조합과 제품, 산업 등등 무한대의 조합은 자기만의 색과 모양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처한 상황과 가진 한정적 자원 하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고 우리만의 무늬를 만드는 걸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좀 더디더라도, 좀 안 예쁘더라도, 좀 고르지 않더라도 말이다. 인사제도, 개별업무에 매몰될 필요 없는 이유.
언제가 보여주는 나이테의 모습이 우리의 역사고 우리의 다름이며 기업문화인 거. 우리만큼 우리 조직에 진심일 수 없고, 우리만큼 부딪히고 깨져도 꿋꿋하게 나갈 이 없다. 우리 색을 잘 담고 줄기를 다부지게 만들어가는 게 길일 거다. 그저 필요할 때 해충약, 기둥 고정, 짚옷 입히기, 영양제 주기를 도움 받아 해나가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