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왜 인사에 물어요 ㅠㅠ
퇴직 관련 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퇴사일은 언제로 하면 되나요?"입니다. 다른 곳이 정해져 언제까지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래서 언제로 하면 되냐는 거죠.
퇴직 당사자도 묻고, 그럼 저는 그건 소속 팀장과 논의해 알려줘야 한다 합니다. 그런데 팀장도 묻습니다. 언제 퇴사하면 되는지.
이게 대기업에 있을 때에도 있었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나오니 더 많이 묻습니다. 대기업 팀장들이야 팀장 자격이 있냐 싶었는데 그 외엔 작은 회사에서는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없는 분들이 조직책임자로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게 아니라 잘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회사에서 언제까지 무조건 내보내란다거나 해고가 아닌 이상은요. A라는 사람이 퇴사를 한다고 치면
1. 어떤 일을 하고 있고, 그 수준과 양은 어떤가를 파악한다.
2. 1을 줄일 거냐 or 없앨 거냐 or 나눌 거냐로 구분한다.
3. 2에서 이참에 줄이든 제거든 하겠다면 어떻게 할 거냐, 얼마나 걸리냐, 리스크는 무엇이냐, 그럼 그건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게 하느냐.
4. 2에서 나눌 것이라 한다면 어떤 일을 누구에게 줄 것이냐.
5. 4라면 인수인계 받을 사람에게 퇴사자는 뭘 정리해 넘겨줘야 하냐.
6. 5를 정리하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냐.
7. 6의 결과물을 검수하고
8. 자료가 충분한지, 충분히 인수인계 받을 사람이 매뉴얼처럼 참고해 일할 수 있는 수준인지 파악하고 보완하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느냐.
9. 그래서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 데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한가.
10. 최종적으로 언제 퇴사하면 되는가.
11. 그런 다음 퇴직 절차 안내, 퇴직면담 등을 인사가 실시하는 것
일의 차질 없는 인수인계를 위한 정확한 업무의 파악과 정리는 현업에서 퇴직자, 팀장, 인계받을 사람이 해야 하는 거지 이걸 인사에서 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되겠죠. 그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해야 하니까요.
리더 역할을 안 해봤기에 미숙한 점도 있겠지만 자기 일에 대한 범위와 책임인식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리더가 없는 조직이어도 마찬가지죠. 자신이 자기 일을 가장 잘 알고, 그래서 이 정도 예상하는데 어떠냐 묻는 게 순서입니다.
인사는 각 현업에서 R&R 모두 가지는 것이고, 인사담당자와 부서는 회사 전체적인 원칙과 공통의 것들을 체계 잡아가는 것, 그리고 현업에서 제대로 운영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때 지원이란 매우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며 선제적인 의미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