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괜찮잖아요!
1:1 면담에서 내가 상대의 말을 끊을 때가 있다.
"저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다들~"이라고 말할 때다.
이걸로 욕도 꽤 먹었지만 고수하고 있다.
경계해야 하면서도 넘어갈 수 있는 부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화법을 많이 쓰는 이들은 척을 할 때도 있고 실제 좋아하기도 하는데 대부분 인사나 리더에 호의적으로 대한다. 그래서 주의해야 한다. 인사담당자나 리더가 두루 구성원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는다 해도 Opinion Leader라 하는 이들, 내게 호의적인 사람, 내게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 사람과 좀 더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은 편이고 그렇다 보니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알고 있고.
"저는 괜찮은데 사람들이 다들 힘들어해요", "저는 이해하지만 사람들은 불만이에요" 같은 말로 분위기를 전달한다. 물론 이 중엔 실제 여론이 그럴 때도 많다. 다만 어디까지나 내 경험상으로는 이런 이들이 악의가 있든 없든 소문의 중심에 있었다. 관계/애정욕구가 높은 편일 때가 많고 그래서 위하듯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니라, 다들이 아니라 자신과 자기 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체의 의견인 냥 전할 때가 많은 것도 사실. 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는 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악의 없이 퍼뜨려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내 경우엔 "정확히 누가 그렇게 얘길 하나?" 혹은 "누가 그렇게 오해를 하나?" 같이 되묻는다. "그건 오해인데 명백히 잘못 알고 있는 거니까 직접 설명해야 할 것 같다"는 식. 당연히 몰아붙이듯 말하지 않아도 상대는 그 순간 부담스러워하고 백이면 백 가까이 이야기하지 못한다. 여기엔 괜히 말 전달한 것 밖에 안 되는 거 아니냐, 소위 꼬지르는 거 아니냔 걱정이 크고 막상 다들, 전부라 해도 그게 아닌 경우도 많은 게 이유다.
그런 건 타운홀이나 그룹으로 한 번 이야기하거나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피차 바쁜 와중에 1:1로 만나 이야기하는데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거지 당신을 통해 다른 이의 이야기를 하는 데에 시간을 쏟는 건 아닌 거 같다라 한다.
이게 정답은 아니고, 무조건 저렇게 대하는 것만도 아니긴 하다. 상황 봐가며, 사람 봐가며 조절하긴 한다.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를 하고 문제를 침소봉대시킬 가능성이 높기에 유의해야 한다. 말하는 이의 진심일지언정 정말 조심해야 하는 건 듣는 이인 것.
인사든 리더든 구성원의 온도를 읽고 그들에게 뭔가를 전달할 때엔 편함을 의식적으로 피해야 하더라. 평소 불만 많은 사람, 까칠한 사람, 묘하게 불편한 사람 등 되도록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이들과 고루 만나야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편한 이, 친절한 이들을 내게 솔직하고 진심으로 조언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일이다.
"저는 괜찮은데요~"
"안 괜찮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