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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Jan 07. 2025

연봉협상에 임박해 평가제도를 만든다구요?

연말연시가 되면 평가보상 제도를 정립해야겠다고 문의주는 회사가 많다. 연봉협상을 1~2달 남겨두고. 지금까지 나름의 목표, 피드백은 있었지만 뭔가 평가보상제도다 할 만한 건 없었던 회사에서. 아무리 맞춤형 컨설팅이다 하지만 인사 컨설팅에서 평가보상제도라는 건 대동소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제도를 설계해 드리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바로 이걸 설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1~2시간 계속 질문을 하면서 진짜 니즈를 파악하는 데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고, 이런 면담을 하다 보면 다음의 이유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내가 미팅에서 알고자 하는 건 대략 이렇다.

1. 평가보상이 왜 필요한가
2. 그동안은 어떻게 했는가
3. 당장 연봉협상이 임박했나
4. 정말 평가보상제도 유무가 문제인가
5. 연봉협상에서 예상되는 이슈가 뭔가
6. 5에서 특정 인물들이 걸리진 않는가
7. 5, 6에서 경영진의 고민은 평가를 제대로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특정 인물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가 고민인가
8. 보상을 위한 평가와 육성을 위한 평가 중 어느 쪽이 진짜 니즈인가
9. 제대로 평가하고 싶은 건가, 좀 더 구성원들이 일을 잘해주길 바라는 건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통 6, 7, 9에서 진짜 니즈를 발견하게 된다. 기업에서도 미처 여기까진 깊게 들여다 보지 않고 제도가 필요하다로 접근할 때가 많다. 문의한 기업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알게 되는 건 구성원의 '자기인식 부족'에 대한 답답함일 때가 많다는 거다. 그 정도는 아닌데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불만 많은 구성원, 하지만 리더가 보기엔 그 수준이 낮을 때의 갈등이 대부분 존재한다. 

말장난 같지만 평가를 하겠다에서 출발하는 것과 자기인식과 일을 더 스마트하게 했으면 좋겠다에서 출발하는 평가제도는 꽤 큰 차이가 난다. 보통은 전자로 시작하는데 그럼 '평가는 이래야 한다'는 이론과 프레임을 전제로 출발하게 된다. 그럼 목표설정은 어때야 하고, 각 조직별 하위 목표는 어떻고 개인별로는 어떻게 얼라인 시켜 평가할 건가 등으로 진행된다. 

후자에서 접근하면 근본적으로 우리 조직의 리소스 현황을 잘 봐야 한다. 실제 누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일에 얼마만큼의 리소스를 쓰고 있는지 아주 상세히 들여다 봐야 하고. 그 일들이 그 조직의 핵심 일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로 기여도와 난이도를 함께 짚어야 한다. 

※ 리소스 현황에 관한 글은 여기 참고: https://brunch.co.kr/@say2lee/183

전자로 출발하는 것의 문제는 기껏 뭘 설계했는데 근원적인 경영진의 6, 7, 9를 해소하지 못한 채 연봉협상에서 갈등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후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명분도, 근원 문제도, 자기인식도 가능해진다. 전자인 경우에는 「목표 - 달성 or 미달성」만 판단하게 되는데 이제 막 평가보상제도를 마련해야겠다 하는 단계의 조직에서는 모두가 목표만 높고 미달성이 많거나, OKR 한다고 하위 조직 목표를 알아서들 짜서 협의한 경우엔 달성 가능한 수준의 목표일 가능성이 많아 변별력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따라서 후자처럼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누가 기여하고 누가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지까지 봐줘야 하는 거. 


평가가 얼마 안 남았다면 지금 제도를 급히 만들지 마시라 말씀드립니다. 평가에서 단 하나만 남긴다면 '피평가자의 수용도'인데 이때 피평가자의 수용도란 무조건 그들에게 맞추라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A를 받아도 다른 사람이 S를 받으면 불만이기 마련이고 S를 받아도 기대보다 연봉이 낮으면 이 역시 불만일테니까요. 


피평가자 입장에서는 「사전에, 내가 뭘하면 되는지, 얼만큼 하면 되는지, 뭘 기준으로 평가 받는지」만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면 수용도는 확 오르기 마련입니다. '예측가능성'이 관건인데 평가시기에 임박해 제도를 만들어 적용하면 결과론적 합리화 밖에 안 되겠죠. 

그럼에도 한가한 소리 말고 당장 닥친 평가와 연봉협상은 어쩌냐?

근본 문제를 해결하며 풀어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닥친 올해 연봉협상이 있다면 속 좋은 소리밖에 되지 않겠죠. 눈 앞의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가이드를 이런 식으로 드리고 있습니다. 


먼저,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 그 선에서 아래의 가이드 절차를 추가해 진행하시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공유하시라구요. 


이때 핵심은 경영진의 원칙 컨센서스 - 리더에 대한 동일한 메시지 전달과 조율에 있습니다. 

뭘 대단하게 할 생각 말고 이 외에는 절대 타협 않을 '마지노선'을 잘 그어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거든요. 내용의 정교함 보다 절차의 탄탄함이 더 크게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Step 1. 경영진 컨센서스 미팅 


① 사전에 각 조직별로 리더가 조직원 개인별 평가 의견 취합

    - 평가 기간 설정, 공지, 안내 

    - 전사에 금년 평가/연봉협상 프로세스, 스케쥴 및 기준 공유 

    - 상기 프로세스와 기준은 미리 리더들에게 공유 후 실시


② ①과 별개로 경영진 미팅에서는 전사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연봉협상할 것인지 기준 논의

    - 전체적인 기본 연봉협상 기준 (ex. 최소 상승률, 동결, 상대적 상승률 기준 등)

    ※ 각 사업부단위로 평가기준이나 연봉협상 기준 차등이 있는지 이때 반드시 포함


③ 동결 및 최저 상승률 적용 대상에 대한 논의 + 이에 대한 기준, 근거 구체화


④ 해당 조직과 개별 대상자들의 예상 반응, 우려사항 정리 

    - ③의 케이스별 대응 원칙 결정 (ex. 만약 퇴사하려 한다면?) 


⑤ ①을 경영진 의견과 비교, Gap이 있는 대상은 경영진 간 평가 결과 협의, 대응방안 통일해야 함. 


⑥ 구성원 개인별 피드백 시 각 조직책임자가 하게 할 건지, 경영진이나 인사가 할 건지 결정(혹은 조직책임자가 기본이어도 피평가자나 리더의 역량에 따라 경영진이 직접 챙겨야 하는 대상이 있는지 등)


⑦ 개인의 평가결과이의신청 제도를 운영할 건지(어차피 불만 있는 사람은 인사든 경영진에게든 이의를 제기하게 되어 있음. 이걸 공식적으로 채널화 하는 것도 방법)



2. 1미팅 후 전체 리더 평가 및 연봉협상 


① 단위 조직(사업부, 팀 등)별 차등 평가, 적용 시 그 이유 설명

② 단위 조직별 조직책임자의 평가 기준 +@(조직관리, 리더십 측면) 설명

③ 1-②에 대한 기준 설명.  

    1-①과 경영진 의견 간 갭이 있을 때엔 특히 why  설명 중요 

    해당 대상자에 대한 각 직속 조직책임자의 의견 청취

④ 위에서 조직책임자가 반박할 경우 합리적 근거 제시 요구

⑤ 합리적인 근거없이 반발하는 경우, 리더의 역할 미흡으로 인한 개선 없음, 조직 성과 정체 등이 있을 때엔 2-②의 리더 역할에 대하여 분명하면서도 단호한 피드백 필요



3. 만약 구성원 개인별 피드백을 각 조직책임자가 하기로 했다면


① 반드시 피드백해야 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피드백(Do & Don't) 가이드 

② 조직책임자 피드백 후 이에 대한 이의가 있을 시 1차로는 조직책임자가 피평가자가 수용하도록 설명하고 면담하는 게 원칙. 단, 여기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시 피평가자가 왜 다른 평가를 받아야 하는가는 본인이 입증해야 함. 만약 직속 조직책임자도 동의한다면 둘이 같이 증명해야 할 것 

※ 이때 양식에는 인재상 등 기존 평가피드백 시 기준이 있다면 그 차원에서도 추가 가능. 단, 연봉협상을 성과 아닌 인재상/태도 부분을 반영할 것인가는 비추천함. 이건 승진이나 리더 임면, 스톡옵션이나 인센티브로 반영하면 됨. 연봉은 철저히 성과와 기여도(단, 목표 미달성 시에도 신사업 등 과제 난이도와 시도의 중요성 등을 감안하는 건 필요함)

③ 평가결과 이의신청 심의 

④ 평가결과 이의신청 심의 후 최종 피드백 

 - 이때 중요한 건 만약 평가결과가 조정되는 사람이 있는 경우 부적절한 선례가 되지 않도록 매우 보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과 조정대상자와 조정거절한 대상 각자에게 어떻게 피드백 해야 하는지 메시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임. 

⑤ 만약 조정이 일어나는 피평가자가 있을 시 이는 1차적으로 조직책임자의 평가 실수이고 이에 대한 피드백 필요 --> 이 사례가 조직책임자들이 평가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더 철저히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함




1번과 2-③, 3-① 등은 기준을 마련해 정립시키는 걸 추천드립니다. 당장 당면한 올해 피드백과 연봉협상에 대응하는 걸로 끝나지 않고 이 자체가 평가, 피드백, 연봉협상 가이드로 제도화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기업 중심으로 정착된 평가제도는 보상과 연결해 평가 등급을 나누는 데에 더 치중되어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리더가 구성원 한명한명을 잘 들여다 볼 수 있기에 「사전에, 내가 뭘하면 되는지, 얼만큼 하면 되는지, 뭘 기준으로 평가 받는지」를 설정하여 수시로 피드백을 누적해 가는 것만으로도 정형화된 제도보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 문의는 ask@the-prob.com 
※ 당면한 피드백과 연봉협상을 위한 가이드: https://brunch.co.kr/@say2lee/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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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어 보시고 지금까지 문제가 있든 없든 해오던 방식으로도 조직이 돌아갔다면 임박해 형식적인 제도부터 만들려 마시고 해오던 걸 보완해 잘 마무리 하는 데에 쓰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어떻게 할 지를 설계 하셔야 그나마 무리가 덜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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