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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Dec 25. 2023

혁신의 bottleneck

개선도 감지덕지

Chat GPT 처럼 기술 혁신의 사례가 많이 회자되는데 혁신의 영역은 다양하다.

혁신이라 하면 기존 고정관념과 틀을 깨고 새로운 걸 접목하거나 깨는 거. 애초에 존재 않던 걸 만드는 건 창조이므로 열외로 하고.
이런 관점에서 요즘 가장 혁신적인 분야가 뭐냐 했을 때 가장 활발한 분야는 동양화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정밀묘사가 집요하리만치 작업 내내 집중하는 맛이 있다면 한국화는 여유롭게 보며 즐기는 맛이 있다. 그런데 요즘 부쩍 한국화 보는 맛이 더한다. 

주제는 열외로 하고 필압과 먹의 농담의 표현이 수묵화의 오랜 특징이었는데 요즘 한국화가들을 보면 가히 혁신가라 해도 무방하지 싶다. 
다양한 시도가 있지만 내가 가장 주목하는 건 재료의 특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구현하는가.
크게는 먹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그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먹의 한계를 다른 재료, 형태로 보완하는 것으로 구분 가능. 

예를 들어 전에 한 번 언급했던 권세진 작가가 먹과 한지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되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위하여 한지 자체를 잘게 쪼개어 구현했다면 기민정 작가는 한지와 먹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취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유리라는 파격적인 재료를 접목시킨 거랄까. 종이를 세우고 돌을 감으면 가루가 흐르고라는 엄청난 표현의 전시를 했던 기민정 작가는 유리라는 재료를 접목해 한지의 특성을 극대화 했다. (둘이 제발 콜라보 좀 해주십쇼!!!!!!)


디지털을 접목한 석철주 교수님도 있지만 “그런 건 한국화가 아니야!”란 화가들이 훨씬 많다. 본연의 한국화 화풍과 재료, 기법을 고수하며 전통을 지켜내는 이들이다. 

그러나 권세진 작가도 기민정 작가도 한지 본연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리기 위한 고민과 구현을 해냈다. 다만 표현과 다른 재료의 접목을 했을 뿐이지. 예술이란 무엇일까를 나름으로 정리해 보면 작가의 철학을 표현하고 보는 이의 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럼 본질은 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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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를 많이 보면서 하나 드는 생각. 
예술이란 걸 기업에 접목해도 마찬가지라는 거.
기업이 정의하는 문제를 제품과 서비스로 제대로 구현해 내는가, 이걸 고객이 만족하며 환호하고 구매하는가. 
살며 보니 특정 영역에 국한되기 보다는 어느 영역이든 관통하고 적용 가능한 것들이 더 많더라. 한국화의 변화와 대립도 마찬가지다. 조직이나 일에도 대입해 보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는 OO가 아니야. OO는 XXX 해야 해!” 같은. 전통을 기본기라는 단어로 대체하면 무척 자연스러워진다. 

뭔가 트렌드와 이론 혹은 특정 기업의 사례가 떠오르면 그게 뭔지를 배우고 이해하는 게 1단계, 그걸 적용해 보자 하는 게 2단계, 우리 그거 했다가 3단계. 
한 켠으로는 그대로 따르지 않는 이들을 잘못이다, 틀렸다로 말하기로 한다. 예를 들면 한 때 스타트업씬에 난리였던 프로덕트 오너와 OKR, 스크럼 혹은 애자일을 들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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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꿈꾸면서도 막상 낯선 무언가가 나타나면 WOW 보다는 지적과 비판이 더 많은 게 현실이 아닐런지. 과연 우리는 흔히 쓰는 혁신이란 표현의 정의를 각자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일반적 정의는 물론 자신만의 정의를 명확한가, 과연 혁신이란 무엇인가. 전통(기본)과 변형, 가짜의 경계는 무엇이고 그 기준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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