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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pr 10. 2024

전문가와 기술자


미팅을 하다 보면 전에 누구를 만났고 이런 걸 했는데 일해보니 수준이 낮다라든가 뻔한 얘기라든가 실무는 못하더라는 평가를 의지와 무관하게 듣게 됩니다. 좋은 얘기는 하는데 실제 그 일을 해보신 분은 아니라서..라는 말도 들어요. 때론 이분들에 대한 트라우마로 어부지리 비교우위를 갖기도 하지요. 어떤 때는 저를 칭찬한다며 비교하기도 하지만 들을 때 개운하진 않습니다. 저도 어디선가는 똑같이 비교평가 당할 테니까요. 


이번주에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기업이나 브랜드는 물론 개인 역시 콘텐츠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부쩍 더 하게 됩니다. 


이것이 한 끗을 가른다의 수준이 아니라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누군가와 그 외로 현저한 차이를 나누는 게 아닌가 해요.


인사담당자를 예로 들면 


「많은 경험을 가지고 다양한 제도를 다루어 보고 어딜 가든 제도 설계하고 인사 세팅 한다 vs.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만의 또렷한 관을 갖고 콘텐츠로 표현할 수 있으며 실제 그걸 사는 사람이 있다」의 차이랄까요. 


많은 경험과 지식으로 어디서든 좀 한다는 건 어쩌면 기술자, 숙련자, 좀 더 나아가 고급 숙련자라 할 수 있을 것 같고 후자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가진 전문가라 할 수 있겠죠. 


기술자, 숙련자의 과정을 축적한 후에 전문가로 갈 수 있는데 앞선 단계에서 설익은 상태에서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그들의 일을 하고 싶어서 콘텐츠 발행이나 강의를 먼저 시작해 어느 순간 전문가인 것처럼 되어 있을 때입니다. 


영화 파 앤드 어웨이 (far and away)는 랜드러시(Land Lush) 시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오클라호마 들판을 말을 타고 전력질주 해 가장 먼저 깃발을 뽑아 외칩니다. "This Land is Mine! Mine by destiny!"

주인 없는 빈 땅을 달려 가장 먼저 소유권을 선언하면 그 사람의 땅이 되는 시대요. 


전 앞에 언급한 이들이 마치 랜드러시 시대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땅을 선점하겠다는 지독한 탐욕, 가난을 벗어나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희망이 뒤엉킨 모습. 빠르게 먼저 깃발만 꼽으면 땅의 소유자가 되어 한순간에 지주가 되어 버리듯, 강의를 찍고 책을 내거나 SNS에서 전문가 같은 글을 쓰고 컨설팅을 하는 모습. 


저도 강의나 책만 내지 않았을 뿐 결과적으로는 하는 일이 별반 다르지 않기에 저들을 비판적으로 보다가도 제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됩니다. 타산지석이 아닌 내로남불이란 가장 추한 모습으로 오만하게 굴고 있진 않은지, 혹은 경솔하게 굴진 않는지를요. 


자기 검열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아웃풋으로 널리 보이는 무언가를 내는 걸 콘텐츠로 볼 것인가, 무한 깎임과 부대낌을 거쳐 축적된 숙련성을 전문성으로 진화시킨 걸 콘텐츠로 볼 것인가를요. 


나는 전문가인가 기술자인가, 전문가인가 전문가인 척하는가, 전문가는 고사하고 좋은 기술자이긴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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