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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19. 2022

지난 주말, 들려주고 싶은 얘기

석촌호수를 걷다가 불 꺼진 롯데월드를 보다.

지난 주말에 잠실로 호캉스를 다녀왔다. 전 직장 센터장님께서 결혼 축하 선물로 호텔 숙박권과 식사까지 챙겨 주셨다. 덕분에 호텔 안을 요리조리 누비면서 잘 쉬었다. 호텔이야 내가 직접 예약해서 다녀올 수 있는 거지만, 선물 받아서 가니 기쁨이 두 배다. 하루를 선물 받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웨딩 촬영에 쓰라며 손수 부케를 만들어 주신 선생님도 계셨고, 주변에 좋은 분이 여럿 있으니 자랑거리가 많다. 특히 예비 신랑이 보조개가 쏙 들어갈 정도로 웃으며 행복해하니 나마저 들떴다.


우리 집에서 송파구는 너무 멀어서 작정하고 가야 하는 곳이다. 심지어 그러다 보니 늦은 저녁 시간까지 있을 리가 없다. 어두워지면 막차 시간 전에 돌아오느라 바빴기 때문에. 이번엔 롯데월드 옆에 붙어 있는 호텔에서 머물러서 10시가 넘은 시간에 석촌호수로 달려 나갔다. 촘촘히 붙어사는 서울에서 공원을, 호수를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뒤숭숭한 마음은 뒤로한 채 산책로에 발을 딛었다.


호수를 끼고 걷다 보니 불 꺼진 롯데월드가 보였다. 마치 일행처럼 산책 나온 가족, 연인, 친구가 모여 놀이공원에서 있던 추억을 쏟아낸다.

"자이로드롭을 6번이나 탔는데 말이야..."

"놀이공원 가고 싶다!"

"코로나에도 롯데월드 사람 많나?"


우리는 중학교 체험학습으로 롯데월드에 왔던 날을 추억했다. 돈 없고, 자유 없는 학생 시절 유일하게 허락된 시간은 체험학습이다. 그러다 보니 동네를 벗어난 첫 데이트를 롯데월드에서 했었다. 부모님께 허락받고서야 마감까지 같이 있던 날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이젠 석촌호수를 돌다가 놀이공원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면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고 가면 그만인 어른이 됐다. 그 당시엔 그게 참 불만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 감성이 마냥 싫지 않다. 마음 가는 대로 다 가질 수 없기에 소중히 여겼던 돈, 시간, 관계. 더 간절했고, 즐거웠던 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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