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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20. 2022

다들 결혼 안 한다더니 예식장이 없다고?

가장 먼저 독채 하우스 웨딩홀을 찾아갔다. 4시간 대관에 식장 안에 사진관이 있고,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하객이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가 많았다. 부부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가는 결혼식이라고 했다. 방문 한 날엔 식이 끝나고, 식사 중이었는데 입구에서 플로리스트가 장식해둔 생화를 다발로 묶어 하객에게 선물하고 있었다. 우리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발걸음을 해 준 하객의 돌아가는 길이 기뻤으면 했고, 무엇보다 하루를 위해 쓰인 꽃이 다시 쓰일 수 있어 좋았다. 이어 방문하기로 한 곳을 취소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하고 싶었는데 양가 부모님 하객 수를 확인하지 못한 바람에 견적서만 갖고 나왔다. 심지어 올해는 일요일 한 자리만 있다고 해서 일자도 못 정했다.


집에 와서 최소 하객 인원을 더해보니 오늘 방문했던 하우스 웨딩홀이 좁다고 느껴졌다. 복층을 이용해서 200명까지 가능하다고 했지만, 촘촘히 붙어 서 있어야 한다면 불편한 공간이 될 거라 판단했다. 원하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아쉬워도 어쩔 도리가 없어 취소했다.


다음으로는 복층 구조로 높은 천장, 구성에 따라 웅장함과 빈티지함을 오고 가는 인테리어. 통창으로 건물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라 저녁 시간으로 문의했다. 알아본 곳 중에서 가성비가 좋았다. 보증 인원도 150명부터 시작해서 코로나로 식사를 안 할 경우에 대체할 만한 제품 수량도 넉넉했고. 마찬가지로 올해 식장은 모두 마감돼서 내년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혹시 로비에서 하객 맞이를 해도 될까요?"

"몇몇 신부님이 로비에서 하객 맞이를 했었는데 신부가 신비로워야 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추천해 드리진 않아요. 여긴 신부대기실이 예쁘기도 하고, 공주님처럼 우아하게 자리에 앉아 계셔야죠. 거기다 신랑님 역할이 하객을 걸러서 신부님에게 안전한 분만 올려보내는 것도 있으니까요."

가만히 앉아 있기 싫었던 입장에선 담당자의 말이 썩 좋게 와닿진 않았지만, 복층에 신부대기실이 있어서 로비에 있으면 혼잡할 수 있다는 말만큼은 이해가 됐다.


"그럼, 생화 장식을 하고 남은 걸 포장해주 실 수는 있나요? 인스타그램 게시글로 봤는데요."

"아, 원한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그것도 잘 생각해보셔요. 하객 입장에선 짐일 수 있어요. 지하철역에 받은 꽃을 버리고 가는 분도 있는데 여기저기 쓰레기만 만드는 거잖아요."

목소리에 단호함이 묻어났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 날에 담당자의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여러 의견이 오고 갔고, 예상 견적서를 받았다. 올여름에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이후에 견적이 올라간다고 했다. 특히 봄 예식은 빨리 마감되니 당일 계약을 권했다. 결국 준공장형 예식을 하게 됐으나 위치, 예산, 보증 인원, 분위기 전반이 무난했으므로 23년 4월로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과 동시에 다음 날 취소하면 위약금 100만 원을 물어야 하는 조건이 있었지만 말이다.


준비 기간으로 1년 잡았지만, 역시 대한민국 예비 부부는 빨리 준비하는 건가. 코로나로 밀린 예식까지 더해져서 일정 잡기가 어려웠다. 낮은 출생률에 비혼 선호도 늘어 결혼 안 한다길래 안일했다. 예식장이 없고, 남아 있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을 가지려면 누구보다 빨리. 더해서 긴 여유를 갖고 알아 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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