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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15. 2022

공장형 결혼식은 싫은데 웨딩플래너 필요한가

주변에 결혼한 몇몇 지인에게 웨딩플래너 관련해서 물었다. 반응은 극과 극이었는데 대부분은 '다시 결혼하게 된다면 굳이 플래너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막상 해 보고 나니 특별할 게 없었다거나, 예비부부가 아니라 플래너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부분에 있어서 불쾌함을 경험한 경우다. 요즘 20대 중후반엔 결혼하는 지인이 적어서 듣는 정보가 많은 것도 아니었다만. 반면에 '직장 다니면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니까 플래너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 같이 나에겐 웨딩플래너를 쓰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인즉슨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계획해야 성이 풀리고, 특히나 공장형 결혼식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 결혼식을 축하하러 갈 때면 고운 신랑, 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울컥한다.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어느새 저만큼 컸나 싶어서. 결혼 얘기가 오갈 때쯤 되니 내 결혼식에 와 줄 소중한 분들도 그런 생각을 할까 상상했다. 결혼식을 특별히 원치 않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서 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구상해둔 게 있었다. 좀처럼 끝날 거 같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고려해서.


첫째. 청첩장을 전하면서 참석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한다. 그러니 정말 초대하고 싶은 사람만 부르고 싶었고, 꼭 와 주길 바랐다.

둘째. 빠르면 식 한 달 전에 최종 인원을 확인하여 하객석에 푯말로 좌석을 지정한다. 예를 들면, 학교명, 직장명, 모임명 등

셋째. 신부대기실이 아니라 로비에서 하객을 맞이한다. 한 명씩 눈 맞추며 와 준 것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넷째. 생화를 쓰는 예식장이라면 돌아가는 길에 생화 꽃다발을 묶어 선물한다.


웨딩 업계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플래너에게 설명할 수 있을지, 자칫하면 공장형으로 끌려가진 않을지 걱정됐다. 그래서 혼자 알아보려고 했다. 분명 혼자 알아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아무튼 준비하려면 정보가 필요하니 급한 대로 웨딩 카페에 가입했다. 가입하자마자 비동행 웨딩플래너가 자동 매칭됐다며 며칠 내내 연락이 왔는데 구체적으로 계획된 게 없었던 터라 소통이 어려웠다. 결국엔 언제 결혼할지 모르니 연락은 필요할 때 하겠다며 정리했다. 이후에도 자료를 찾아봤지만, '웨딩'이란, 육아보다 정보가 없는 거다. 같은 업체, 같은 조건이지만 예비부부마다 책정된 견적이 다르고, 그마저도 공유가 안 된다. 구체적으로 예산을 짜 보려야 짤 수가 없다. 대략 잡더라도 당일에 닥치면 얼마나 불어날지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조금 찾아봤다고 SNS 알고리즘이 먼저 반응했다. 웨딩 관련 광고창이 뜨다 보니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대부분은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뿐 즉각적인 정보 취득은 안 되는 거였다. 코로나로 주춤하던 웨딩박람회가 열린다는 홍보를 봤다. 업무나 자기 계발을 이유로 교육박람회, 도서박람회는 연마다 방문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관계 기관이 모여 한 곳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최신 트랜드나 갖가지 혜택을 받았던 걸 생각하니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 웨딩박람회를 예약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웨딩플래너에게 연락이 왔다.

'아, 또 자동 매칭인가 보다.'

이전에 겪은 게 있으니 보다 덜 당황했고, 목적에 대해서도 분명히 전달했다.


웨딩박람회 당일, 다른 박람회랑 다르게 정해진 시간에 방문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다. 늦어지게 되면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하길래. 13시 이후에 여유 있게 가려던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도착 시간을 플래너에게 전하고, 입장했다. 알고 보니 웨딩플래너가 지정된 상황이라 우리 외에 다른 예비부부와 상담할 시간을 고려했어야 하는 듯하다. 입구에 서 있는 마네킹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드레스 사진을 찍어 두라고 했다. 통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스튜디오, 예복, 혼주 한복 등이 모여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오지 않았는데 웨딩과 관련된 게 여러 가지라 그런지 분야별로 조금씩 모아 공간을 채웠다. 통로를 지나면 한 가운데가 커다란 상담실처럼 되어 있고, 웨딩플래너가 앉아 있다. 담당 플래너와 인사를 나누고 착석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온 우리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원한 건 예산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거였는데 웨딩업계는 반대로 예비부부의 예산을 고려해서 계획해주는 거라고 한다. 원하는 분위기, 고려사항까지 확인해서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세 곳을 정하면 금액을 산정해준다. 드레스나 메이크업에 특별한 관심이 없던 터라 이미지와 맞는 업체를 추천받았다.


플래너가 결혼식 준비 순서가 적힌 표를 꺼내 보여줬다. 간단하지 않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넉넉하게 1년을 계획하는 게 쫓기지 않고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설명해주는 내용을 듣고 있지만, 낯선 용어와 시기별로 준비하는 게 달라서 식은땀이 났다. 플래너와 계약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20만 원대로 언제든 취소가 가능하고, 또 다른 하나는 50만 원이나 취소는 불가하다. 대신 드레스 투어 동행 서비스와 가전제품, 건강검진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라고 자리를 비켜주는 동안 우리 둘은 눈을 맞추곤 전자로 계약하자고 했다.


"드레스 보러 갈 때 동행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신상인지 확인하고, 소재에 관해 설명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연륜. 취소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50만 원 선결제해야 한다며 추천했다. 물론, 선결제한 비용은 이후 스드메 과정에서 제외하는 거라고 했는데 그마저도 정확한 게 없어서 망설였다. 어차피 하기로 마음먹었고, 다른 방법이 없어서 결국 취소 불가한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입금까지 끝내곤 자리를 이동해서 웨딩홀 상담을 받으러 갔다. 위에서 서술했듯이 웨딩홀만큼은 생각해둔 게 있어서 요구사항을 자세히 적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필수로 작성해야 하는 건 구구절절한 내용이 아니라 대관료, 식비, 위치가 중요했고, 비고란에 적어야 하는 내용으로는 층고가 높았으면 좋겠다거나 긴 버진로드를 갖춘 베뉴를 원한다든지. 가장 중요한 게 식사냐 주차냐 이런 거였다. 결국 웨딩홀은 참고만 하되 직접 발로 뛰며 찾기로 했다.


「임별별 신부님 ♥ 김달달 신랑님」으로 채팅방이 열렸다. 요구사항을 바탕으로 웨딩홀 리스트를 보내줬다. 웨딩홀 사진, 장소, 식대, 대관료 등이 적혀 있었지만, 중요한 건 방문했을 때 견적이 달라진다고 하니 그저 예상 견적이다. 부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장소를 찾으려니 단독 예식을 하는 하우스웨딩이 적격이었다. 하객 참여형 하우스 웨딩홀 A, 하우스 또는 성당 감성 웨딩홀 B 방문 예약을 요청했다. 열심히 정리해서 보내 준 정성을 생각하니 마지막 한 곳은 플래너 추천 목록 중에 알게 된 맛집 웨딩홀 C로 결정했다. 그렇게 세 곳을 먼저 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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