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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22. 2022

결혼 준비는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여

올겨울 예식장 당일 계약을 마치고, 웨딩플래너에게 연락했다. 내년 봄이니까 여름쯤에 일정을 시작해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웬걸 예식 당일 촬영 작가를 계약해야 한다며 또다시 줄줄이 엮인 목록이 왔다.

'아, 하루는 쉬는 줄 알았는데...'


웨딩 카페에 검색해보니 플래너 말대로 잘 찍는 사진작가와 함께하려면 1년 전에 계약해야 한다고 하더라. 밝은 웨딩홀에서 식을 올릴 예정이라 하우스 웨딩 전용 작가님을 찾아야 예쁜 사진을 건진다고 하길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몇 군데를 추렸다. 인기 있는 곳을 보니 하루 촬영이 200만 원 가까이 됐다. 요즘은 촬영 작가 2명, DVD도 남겨야 하고, 필요하면 아이폰 서브 작가까지 하는 모양이다. 유행 따르려다 무리하거나 비참한 기분을 느끼거나 하나인가 싶을 즘. 뚝딱이 입장에서 큰돈 들여 사진을 남길 필요를 못 느꼈다. 차라리 나중에 여행이나 가서 스냅 작가를 쓰는 게 낫겠다 싶었고, 플래너가 보내준 목록에서 사진과 DVD, 같이 하는 조건으로 100만 원 이하에 맞춰 계약했다.

'이제 좀 쉬어도 되나?'


얼마 안 지나서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목록이 날아 왔다. 결혼에 로망이 있었다면 이 과정이 즐거웠을까 싶다. 오죽하면 드레스 업체 고르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왕 입는다면 유색 드레스를 입고 싶었는데 한국에선 순백 드레스를 입는 게 문화라고 하니 결과적으로 마음에 쏙 드는 건 찾지 못했다. 어쨌든 골라야 하는 입장이라 간단한 선택지를 두고 추려 봤다.


드레스 취향 고르기

풍성 vs 슬림

A라인 vs 프린세스 vs 벨라인 vs 엠파이어

긴팔 vs 반팔 vs 탑 vs 오프숄더 vs 하이넥

심플 vs 화려

오간자 vs 실크 vs 레이스 vs 꽃 vs 비즈


드레스 투어 당일에 입어보면 달라지겠지만 이전에 취향은 확인해두고 가는 게 좋다길래 평소 입는 옷을 기준으로 두고 소거해나갔다. 집에 있는 옷 대부분이 원피스고, 밝은색과 무늬가 화려한 편이다. 실크보단 레이스나 꽃 위주로 봤다. 몸매가 드러나는 옷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서 잘 안 입는 편이기도 하고, 드레스는 이왕이면 크고, 웅장하길 바랐다.


실크 맛집, 비즈 맛집 대표하는 업체가 있다고 한다. 웨딩플래너는 3곳 투어를 간다는 가정하에 몇 가지 안을 주었다. 한 곳만 지정해서 가는 경우 혜택이 있다곤 하는데 업체마다 기준이 달라 정확하게 확인할 순 없었다.


드레스투어 계획하기

 1안 취향이 확실한 경우: 실크(저가) - 실크(중저가) - 실크(고가)

2안 다양하게 입어 보고 싶은 경우: 실크 맛집 - 적절히 섞인 곳 - 비즈 맛집

3안 예산이 정해진 경우: 저가(가성비) - 중저가(가성비) - 고가


다음으로는 헤어, 메이크업인데 원장, 부원장, 실장 담당자에 따라 예산이 다르다. 상위 직책 업그레이드 혜택이라고 하는데 한 업체에서 직급별 견적이 없는 이상 혜택인지 알 순 없었다. 웨딩 카페에서 얻은 팁으로는 드레스 투어 일정에 맞춰 메이크업을 받아 보라는 거였는데 본식 때 마음에 안 드는 거 방지 겸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는 데 도움 되기 때문이다.


드레스는 한 번 입는 거지만 정장은 경조사 때마다 입을 수 있으니 맞춤으로 계약했다. 셔츠부터 구두까지 소재와 색상 등을 고르니 300만 원 후반이 나왔다. 두고두고 입을 거니까 맞춤 정장엔 투자하기로.

집에 도착하니 저녁 11시다. 매장에서 설명을 들었는데 다른 사람은 얼마에 했는지 알아 보고자 여기저기 검색했다. 확실히 신랑 관련 정보는 적은 편이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웬걸 우리랑 거의 유사한 조건으로 계약한 분이 올려둔 금액을 보니 150만 원대였다. 자정이 오기 전에 확인하고자 급히 견적서를 찾아 열었는데 분명 매장에선 쓰여 있지 않았던 ‘환불 불가’가 하단에 수기로 적혀 있는 게 아닌가?

부르는 게 값이라 조금 차이가 있을 거란 예상은 했는데 두 배라니? 늦은 시간이지만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며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결과적으로 환불을 하지 않는 조건에 금액을 조정해 준다고. 다음 날 매장 방문 후 일부 품목 조정하고 150만 원대 후반으로 바꿔 결제했다. 맞춤이라면서 사람 봐 가며 금액을 맞추는 거였나 보다.


뭐든 처음은 서툴고, 실수하기 마련이다. 좀 더 나은 다음을 위한 과정일 테고. 그러나 결혼 준비는 매번 서툼을 마주하고, 의문이 생겨도 좋은 날을 차마 망칠 수 없어서 애써 넘기기 바쁘다.


업체도 생계유지를 위해 이익이 남아야 한다는 건 너무 잘 알지만, 생애 특별한 날을 기념하고자 하는 예비부부를 어여삐 봐서 적당히 해(등쳐) 먹었으면 한다. 친절히, 자세히 설명해주는 건 기본이고, 호구 보듯 하진 말아야지. 해도 해도 끝이 안 보이는 거 같지만, 끝은 있다. 이 시기가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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